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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3-양자 컴퓨터의 미래

  • POSTECHIAN
  • 2022-06-10 07:02:34

2022 SPRING 기획특집

양자 컴퓨터

3. 양자 컴퓨터의 미래


지금까지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중심적으로 알아보았는데요. 지금부터는 양자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보려고 합니다. 먼저 현재 양자 컴퓨터가 마주한 한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해결방안과 관련지어서 양자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양자 컴퓨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온트랩의 한계

앞에서 주로 다룬 이온트랩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요. 바로 초전도소자나 양자점을 이용하는 다른 큐비트 제어 방식보다 연산 정확도가 높고, 연산 가능수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레이저를 이용해서 이온을 냉각하는 이러한 방식은 큐비트 수를 늘려 높은 성능을 달성하려 할수록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매우 복잡한 에너지 준위를 갖고 있는 실제 원자들을 이온트랩 방식에서 이용하려면 더 다양한 파장을 쏘는 레이저를 사용해야합니다. 또한, 이온을 퍼텐셜에 잘 가두어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이온이 도망가서 제어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제어 방식은 어떨까요? 초전도소자를 이용한 방식은 특정 임계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 Superconductivity이 일어난 물질의 전자가 양자 중첩 상태인 점을 이용합니다. 이 방식은 임계 온도 이하로 냉각하여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 회로에 전자기파를 쏘아 전류의 양자 중첩을 이용하여 큐비트를 구현하는데요. 현재까지 127개로, 가장 많은 큐비트를 사용하는 IBM의 양자 컴퓨터 Eagle과 구글의 양자 컴퓨터 Sycamore도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또한 양자점 방식은 크기가 수 나노미터로 아주 작은 반도체 입자인 양자점 Quantum Dot에 전자를 주입하고, 전자기파를 쏘아 전자의 양자 중첩을 이용하여 큐비트를 구현하는데요. 두 방식 모두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전도 현상과 양자점 제어를 위해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사용해서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기도 하고, 큐비트가 상대적으로 외부 잡음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식의 컴퓨터보다 유의미하게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뜻의 양자 우월 Quantum Supremacy을 달성하는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결정과 양자 컴퓨터

이렇게만 보면 아직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커보이는데요.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을 모두 해결할 수있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결정 Time Crystal인데요. 시간결정은 201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교수님이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먼저 결정(Crystal)은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내부 구조를 이루는 원자나 분자, 혹은 이온 등이 공간에서 주기성을 가지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격자를 이루는 고체 물질’인데요. 그렇다면 ‘시간’ ’결정’은 쉽게 생각해서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진다’는 표현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주기성(Periodicity)대칭(Symmetry)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칭’은 무엇일까요? POSTECH의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https://apctp.org에서는 물리학에서의 대칭을 ‘어떤 하나의 변화로써 변화가 일어난 뒤에도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불변(Invariant)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대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코사인 함수($y=\cos(x)$)를 생각해봅시다. 코사인 함수는 $x=0$으로 표현되는 $y$축에 대해 대칭인데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함수가 $y$축에 대해 대칭되더라도($x \rightarrow -x$), 함수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cos(-x)=\cos(x)$) 때문입니다. 이러한 대칭성은 코사인 함수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뉴턴의 운동 법칙 같은 물리학 법칙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리학 법칙들은 위의 코사인 함수와 마찬가지로, 평행이동에 대한 '공간 병진 대칭', 회전에 대한 ‘회전 대칭' 마지막으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시간 병진 대칭'을 가집니다. 이제는 반대로 대칭성이 ‘깨지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지금까지는 시스템과 물리학 법칙의 대칭만을 이야기했는데요. 그렇다면, 시스템이 물리학 법칙을 따라서 일어나는 일인, 현상들도 대칭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강자성 물질의 경우 특정 온도 이하로 냉각되면, 모든 방향에 대해 가지고 있던 회전 대칭이 깨져서 물질이 N극이나 S극을 띄는 자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현상을 자발 대칭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서, 자발 대칭 깨짐은 원래 있던 규칙(대칭)이 깨지고, 새로운 규칙이 생기는, ‘주기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일반적인 물질에 적용하여, ‘물질이 시간에 대해서 대칭이 깨지면 어떨까?’하고 생각한 것이 바로 ‘시간결정’이고 이를 다시 앞에서 표현한 대로,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프랭크 윌첵 교수는 "시간결정은 자연계에서 '시계'가 저절로 등장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간결정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 소비 없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질의 구조가 바뀐다는 것인데요. 이는 열역학 법칙을 위반하는 영구 기관에 가깝기 때문에 관측되기 전까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에 실제로 시간결정을 다이아몬드와 질소의 질소-빈자리 중심(Nitrogen-Vacancy Center)을 이용해 관측하며 치열한 논쟁을 마무리했습니다. 위와 같은 특징을 이용하면 시간결정을 양자 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양자 컴퓨터의 가장 큰 단점인 냉각을 위한 큰 에너지 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결정은 구현됨과 동시에 양자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간결정을 영상으로 촬영한 모습
https://www.youtube.com/watch?v=yArprk0q9eE

양자 컴퓨터의 활용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결정, 놀랍게도 바로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서도 구현할 수 있는데요. 이는 위에서 잠시 언급한 구글의 양자 컴퓨터 Sycamore의 성과로, 시간결정을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자 컴퓨터가 물리학 이론 연구(실험)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물리학 이론 연구 외에 어떤 분야에서 사용될까요? 단백질 구조 예측, 대규모 유체 시뮬레이션 등 정말 많은 분야가 있고, 더 생길 예정이지만 오늘은 현대 암호 체계의 큰 기반을 이루고 있는 소인수 분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소인수 분해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자연수 $N$을 두 소수 $p$, $q$의 곱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소수는 그 규칙성이 아직까지도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쉬우면서 빠른 방법은 $p$, $q$를 일일이 대입하며 알아내는 것인데요. 이 과정은 수학적인 증명을 통해서, $1=a^z \mod{N}$을 만족하는 $z$를 구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때, $n \mod{N}$은 $n$을 $N$으로 나눈 나머지를 반환하는 함수인데, 예를 들어 $10 \mod{3}$의 결과는 $1$입니다. 결국 빠른 소인수 분해를 위해서는 $1=a^z \mod{N}$을 만족하는 $z$를 빠르게 찾아야 합니다. $1=a^z \mod{N}$를 $z$에 대해 푸는 것은 다시, $f(z)=a^z \mod{N}$일 때 $f(x)=1$을 만족하는 $x$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f(z)$의 특징을 찾기 위해 주기함수의 정의를 적용하면, $f(z)$는 위에서 언급한 코사인 함수처럼 주기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begin{align} f(z+x) & = a^{(z+x)} \mod{N} \\ & = (a^z \mod{N}) \times (a^x\mod{N}) \\ & = a^z\mod{N} \\ & = f(z) \end{align} $$
이기 때문에, $f(z)$는 주기가 $x$인 주기함수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시, $f(z)$의 주기 $x$를 찾는 것으로 바뀌게 되죠. 여기서 양자 컴퓨터의 장점이 발휘됩니다.
$f(z)$의 주기 $x$는 푸리에 변환을 이용해서 찾을 수 있는데요. 양자 컴퓨터는 $2^q$ ($q$ : 큐비트의 수)만큼의 병렬연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N$에 다항식으로 비례하는 연산 횟수를, 고전적인 컴퓨터는 $N$에 지수적으로 비례하는 연산 횟수를 갖습니다. 이는 곧 양자 컴퓨터가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쇼어 알고리즘의 양자회로 구현
https://namu.wiki/w/%ED%8C%8C%EC%9D%BC:ShorAlgorithmQuantumSubroutine.png
이러한 장점을 가지려면, 약 2천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전세계 학자들이 힘을 합쳐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어서 실질적인 양자 우월을 달성하게 된다면, 인류는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과 그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전하며 이번 기획특집을 마무리하겠습니다!

ALIMI 기 POSTECH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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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2-양자 컴퓨터와 큐비트

  • 김현준
  • 2022-06-10 07:01:07

2022 SPRING 기획특집

양자 컴퓨터

2. 양자 컴퓨터와 큐비트


양자 세계에서는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여러 현상이 일어납니다. 양자 중첩과 얽힘 모두 거시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양자 역학적으로는 해당 양자 상태가 중첩되고, 얽힌 상태라고 설명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이한 양자적 특성이 어떻게 양자 컴퓨터 작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핵심 개념인 큐비트부터 시작해서, 이번 기획특집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전컴퓨터의 비트와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고전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의 이진수들의 집합으로 표현합니다. 물리적으로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것이 0, 흐르는 것이 1에 해당하며, 이러한 디지털 기본 단위를 비트(Bit)라고 합니다. 비트가 컴퓨터 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며, 수많은 비트가 모여 컴퓨터라는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을 구성하게 됩니다. 컴퓨터의 연산 또한 비트 단위로 진행이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논리 게이트(Logic gate)와 게이트들로 구성된 논리 회로입니다. 논리 게이트는 여러 전기 신호를 입력받아 특정 조건에 따라 결과를 출력하는 장치로, 컴퓨터는 여러 논리 게이트들의 조합으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큰 틀에서 이러한 고전컴퓨터의 작동 방식을 따라갑니다. 다만 양자 컴퓨터는 고전컴퓨터의 비트 대신 큐비트 Qubit를 기본 단위로 사용하고, 논리 게이트 대신 양자 논리 게이트를 통해 연산을 수행합니다. 이때, 큐비트는 중첩된 양자 상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진수로 표현하자면, 비트가 0 또는 1로 표현되는 것과 달리, 큐비트는 0과 1이 중첩된 어떠한 값을 가집니다. 이렇게 0과 1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은 측정하기 전까지 해당 값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첩된 상태에서 계산을 수행할 수 있고, 여러 개의 이진수를 단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3개의 비트는 $2^3=8$가지의 정보 중 하나를 갖지만, 3개의 큐비트는 8가지의 정보를 동시에 표현하고, 계산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큐비트를 이용하여 중첩된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한다는 것이 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이자, 상대적으로 느린 고전컴퓨터와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비교
https://m.blog.naver.com/mage7th/221815321449

큐비트 연산 및 양자 게이트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큐비트는 중첩된 양자로 구성되는데, 물리적으로 원자나 전자와 같은 입자들을 특정 공간에 가두어 만들어집니다. 큐비트는 어떤 특정한 물질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며 추상적인 개념으로, 2개의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큐비트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큐비트는 전자의 업 스핀(이진수 1에 해당)과 다운 스핀(이진수 0에 해당)이나 광자의 수평, 수직 편광 상태, 이온의 들뜬 상태 Excited state와 바닥 상태 Ground state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양자 게이트를 통해 적절히 조작하여 연산을 수행하고, 계산의 결과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양자 컴퓨터의 기능이 구현됩니다. 큐비트의 상태와 양자 게이트를 통한 연산 과정은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우선, 큐비트의 상태는 아래와 같이 $\alpha$와 $\beta$의 제곱 크기의 합이 1이 되는 2차원 열벡터로 표현됩니다. 실수 혹은 복소수의 2차원 열벡터는 큐비트가 가지고 있는 가능한 양자 상태를 나타냅니다. 큐비트를 나타내는 유효한 양자 상태 예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 \text{State of qubit: } \left[ \begin{array}{cc} \alpha & \beta \end{array} \right], |\alpha|^2 + |\beta|^2 = 1 $$ $$ \text{Example: } \left[ \begin{array}{cc} 1 & 0 \end{array} \right], \left[ \begin{array}{cc} 0 & 1 \end{array} \right], \left[ \begin{array}{cc} \frac{1}{\sqrt{2}} & \frac{1}{\sqrt{2}}\end{array} \right], \left[ \begin{array}{cc} \frac{1}{\sqrt{2}} & -\frac{1}{\sqrt{2}}\end{array} \right] $$
$\alpha$와 $\beta$는 실수 또는 복소수 값을 가질 수 있고, 물리적인 의미는 해당 상태를 관측할 확률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는 양자 중첩 상태이므로 해당 양자 상태를 측정 전에는 알 수가 없고, 확률적인 접근만 가능합니다. 큐비트의 상태를 나타내는 다른 표기법으로는 영국의 물리학자 폴 디랙(Paul Dirac)이 제안한 브라켓 표기법 Bra-ket notation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큐비트의 값이 0일 확률이 $\alpha$, 1일 확률이 $\beta$라면 아래와 같이 표현됩니다.
$$ \text{ket notation: } |\varphi\rangle = \alpha|0\rangle + \beta|1\rangle$$

$|\varphi\rangle$ : 큐비트의 양자 상태

$\alpha|0\rangle$ : 0일 확률 상태

$\beta|1\rangle$ : 1일 확률 상태

양자 게이트는 수학적으로 큐비트 상태 벡터의 조작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양자 게이트를 통과한 큐비트는 양자 상태가 바뀝니다. 또한, 큐비트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작동하며 앞서 언급한 전자의 스핀 방식 큐비트를 생각한다면 에너지를 가해 스핀 방향을 바꾸는 것이 양자 게이트의 한 종류가 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현재 양자컴퓨터 작동에 쓰이는 양자 게이트의 종류에는 Hadamard, Pauli X/Y, T/S, SWAP, CNOT 게이트 등이 있습니다.
이제 큐비트의 연산 과정을 브라켓 표기법을 이용해 살펴봅시다. 우선, 두 개의 큐비트 연산을 예로 들면,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큐비트가 양자 게이트를 통과하며 각각의 상태가 나올 확률들이 정해집니다. 그림과 같이 각 단계를 통과함에 따라 각 양자 상태를 가질 확률이 정해지며, 결국 이진수 00은 두 개의 게이트 통과 이후, 마지막 관측에 따라서 이진수 00, 01, 10, 11중 하나의 상태로 결정이 됩니다.
큐비트 두 개의 연산 예시
https://medium.com/quantum-ant/양자-컴퓨터-큐비트-2-2-c9723dd2c23b

큐비트의 제어와 측정 – 이온 트랩

양자 컴퓨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산 과정에서 큐비트의 세밀한 제어가 필요합니다. 큐비트가 초기화되고, 양자 게이트를 통과하며 양자 상태가 바뀌며, 그것이 측정되어 연산 결과를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큐비트의 제어와 측정은 필수적입니다. 이때 큐비트의 제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온 트랩입니다.
이온 트랩은 말 그대로 이온을 포획하는 장치로, 레이저 냉각된 이온으로 구성된 큐비트를 제어하는 데 쓰입니다. 여러 방식 중 RF(Radio Frequency) 전압과 정전기장에 의해 이온을 포획하는 파울(Paul) 트랩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선형 이온 트랩의 경우 선형으로 이온들을 포획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3차원 공간상에서 $x$, $y$, $z$ 세 방향에서 이온을 가두는 효과를 주는 퍼텐셜(Potential)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파울 트랩 방식은 4개의 막대 모양의 전극에 RF 고주파 전압을 걸어 x, y 방향의 퍼텐셜을 일으키고, 양쪽 두 개의 검은 엔드캡(Endcap) 전극은 직류 전압을 가해 $z$ 방향 퍼텐셜을 만듭니다. $x-y$ 방향 퍼텐셜의 경우 고주파 전압에 따라 진동하는데, 이 진동수를 이온의 운동주기보다 빠르게 전환되도록 조절하면 이온은 결과적으로 자신을 공간에 포획하도록 하는 유효 퍼텐셜을 느끼게 됩니다. 유효 퍼텐셜이 형성되면서, $x-y$ 평면 내의 전기장이 0이 되는 곳이 $z$축 방향을 따라 생기게 됩니다. 즉, $z$축 방향을 따라 이온을 선형으로 포획할 수가 있게 됩니다.
선형 이온 트랩 모식도와 이온 트랩에 포획된 8개의 $Ca^+$이온
https://doooob.tistory.com/64
마지막으로 양자 컴퓨터가 연산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양자 상태를 측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큐비트 연산이 모두 진행되어도 측정을 하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레이저 냉각 이온 큐비트의 경우에는 이온의 들뜬 상태와 바닥 상태가 이진수 1과 0에 해당하는데, 공명하는 빛을 쏘여 이온에서 빛이 나오는지 여부로 양자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만약 이온이 바닥 상태라면 쏘여준 빛을 흡수 방출하며 빛을 낼 것이고, 들뜬 상태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니 해당 이온의 상태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양자 컴퓨터의 작동의 기본 요소인 큐비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리는 큐비트를 초기화, 제어, 조작하여 연산을 수행하며 이를 측정하여 결과를 얻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꼭지에서는 이런 원리를 가진 양자 컴퓨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앞으로의 미래는 어떨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NEXT] 기획특집 ③ - 양자컴퓨터의 미래

ALIMI 27기 무은재학부 김현준

미래의 포스테키안 여러분!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질문해 주세요. 나중에 꼭 학교에서 볼 수 있길 바라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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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1-양자 역학과 벨 부등식

  • 조윤경
  • 2022-06-10 07:00:41

3월 22일,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양자 컴퓨터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연구해온 스타트업인 샌드박스AQ https://www.sandboxaq.com를 분사했습니다. 이는 양자 컴퓨터 관련 기술과 시장의 가능성이 크게 발전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고전역학과 상반되는 결과를 갖는 미시세계의 물리인, 양자 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컴퓨터입니다. 양자 컴퓨터 역시 결국 컴퓨터이기 때문에 고전적인 컴퓨터의 비트(Bit)에 대응되는 정보의 기본 단위가 있는데요. 이를 큐비트(Qubit)라고 하며 이를 구현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양자 컴퓨터도 한계가 있는데요. 그 해결방안과 양자 컴퓨터의 활용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알아보기 전에 양자 컴퓨터의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양자 역학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22 SPRING 기획특집

양자컴퓨터

1. 양자 역학과 벨 부등식


다들 양자 컴퓨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양자 컴퓨터는 말 그대로 양자 역학적 물리 현상을 통해 연산을 수행하는 기계인데요. 최근에는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릴 계산을 양자 컴퓨터로 200초 안에 수행하여 소위 양자 우월성을 보인 논문이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되기도 하며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가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수억 배는 빠른 연산 속도를 가질 수 있어 ‘꿈의 컴퓨터’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어떠한 원리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연산을 가능하게 할까요? 이번 기획특집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바탕이 되는 양자 역학의 기본 개념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양자 역학과 이중 슬릿 실험

양자 컴퓨터란 양자 역학의 개념을 적용한 컴퓨터입니다. 그렇다면 양자 역학이란 무엇일까요? 양자 역학에 앞선, 물리학에서 가장 역사가 긴 연구 분야가 있는데요. 바로 뉴턴의 운동 법칙을 근간으로 하는 고전역학입니다. 우리 주변의 물체들, 즉 거시세계는 고전역학의 원리를 따릅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과도,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도 말이죠! 그렇다면 미시세계는 어떨까요? 원자 속의 전자처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원리가 양자 역학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이중 슬릿 실험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과 물질의 이중성
https://brunch.co.kr/@hyeon00203/12
이중 슬릿 실험은 그림과 같이 미세한 두 개의 틈이 있는 이중 슬릿과 그 뒤의 스크린으로 구성됩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토마스 영은 이 이중 슬릿에 빛을 쏘는 실험을 했습니다. 만약 빛이 입자라면 이중 슬릿의 모양대로 두 개의 무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러나 실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스크린에는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에 의한 간섭무늬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당시 팽배하던 뉴턴의 주장, 즉 빛의 입자설을 완전히 뒤집었고 빛의 파동설이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됩니다. 나중에는 아인슈타인의 빛의 광전 효과 실험을 통해 빛의 입자성 또한 증명되며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가진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중 슬릿 실험의 의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세기에는 데이비슨과 거머가 전자총을 이중 슬릿에 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전자는 질량과 크기를 가지는 명백한 입자이기에 스크린에는 슬릿의 두 줄 무늬가 나타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험 결과, 전자 또한 빛과 같이 간섭무늬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전자 입자가 간섭무늬를 만들 수 있는 파동이며,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더욱 기묘한 점은 전자를 쏜 후 그 경로를 검출기로 관측하면 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전자가 입자처럼 하나의 경로를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슬릿의 두 줄 무늬가 나타난 것이죠. 즉, 전자 또한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 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은 이중성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어떻게 물질이 입자이자 파동일 수 있는 걸까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죠? 그러나 물질은 이중성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실험 결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것이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자들의 현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 역학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죠! 이러한 양자 역학에 근간이 되는 핵심 원리가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양자 중첩 Quantum Superposition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입니다. 먼저 양자 중첩이란 미시 세계에서 양자의 두 가지 이상의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입니다. 다음으로 양자 얽힘이란 양자들의 물리적인 거리와 관계없이 각 양자의 상태 결정에 서로가 영향을 주는 현상입니다. 개념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고요? 그러면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영희와 제주도에 있는 철수가 빨간 공 하나와 파란 공 하나를 나눠 가진다고 해봅시다. 영희가 빨간 공을 가지면 철수는 파란 공을, 반대로 영희가 파란 공을 가지면 철수는 빨간 공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죠. 누군가가 영희나 철수가 가지고 있는 공의 색을 관측하기 전까지는 영희와 철수 모두 빨간 공과 파란 공을 양손에 들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즉, ‘영희는 빨간 공, 철수는 파란 공’인 상태와, ‘영희는 파란 공, 철수는 빨간 공’인 상태, 이 두 가지 상태가 중첩된 상태를 지니는 것입니다. 이 현상이 바로 양자 중첩입니다. 자, 이번에는 누군가가 지나가다 영희를 관측했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영희가 가진 공의 상태함수는 하나로 붕괴하여 결정되고, 동시에 철수의 공 상태도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이렇게 두 가지 가능한 상태가 관측을 통해 한 가지 상태로 변환되는 것을 ‘붕괴’라고 합니다. 한 양자의 상태가 관측되어 결정된다면, 그와 동시에 다른 한 양자의 상태도 붕괴하면서 즉시 하나로 결정됩니다. 비록 영희가 서울에 있고, 철수가 제주도에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말이죠. 양자 상태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와 관계없이 서로의 상태가 얽혀있는 현상이 바로 양자 얽힘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양자 역학 가설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입니다. 그들은 한 양자의 상태가 관측되어 결정되었을 때, 이 정보가 빛보다 빠르게 전달되어 다른 양자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양자 얽힘을 부정하였으며, 이러한 주장을 저자들의 이름을 따서 EPR 역설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이라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시에 양자 상태를 어느 시점에서 결정하는 ‘숨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벨 부등식

1964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존 스튜어트 벨은 ‘벨 정리(Bell’s Theorem)’를 발표합니다. 벨은 숨은 변수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EPR 사고 실험을 고안하였습니다. 그는 스핀 상태가 서로 얽혀 있는 두 전자가 있다 가정하고, 각 전자를 관측하여 그 결과값이 어느정도 서로 상관이 있는지를 수치화한 상관함수를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EPR 역설의 주장대로 숨은 변수가 존재한다면 아래와 같은 벨 부등식 Bell’s Inequality을 만족해야 함을 보였습니다.
$$ 1 + P(\vec{b}, \vec{c}) \geq \left\lvert P(\vec{a}, \vec{b}) - P(\vec{a}, \vec{c}) \right\rvert $$

$\vec{a}, \vec{b}, \vec{c}$ : 양자 상태를 관측하는 방향 벡터

$P(\vec{a}, \vec{b})$ : 양자의 $\vec{a}$ 측정 방향에 대한 측정값과 $\vec{b}$ 측정 방향에 대한 측정값의 곱의 평균 (=상관함수, correlation function)

벨 부등식의 가정- 스핀의 세 관측 방향
https://blog.naver.com/sayment/222637240878
과학자들은 이후 벨 부등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수없이 시도하였습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검증 실험 중 하나가 아스페 실험입니다. 아스페 실험에서는 칼슘 원자를 레이저로 쏴 쌍둥이 광자1를 만들어 낸 다음, 각각의 광자를 반대 방향에 있는 두 개의 편광 필터를 통과시켜 감지기에서 서로 다른 각도를 가지는 네 개의 편광을 측정하였습니다.
아스페 실험의 모식도
http://www.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4823
이때 실험은 아래와 같이 벨 부등식을 일반화한 CHSH 부등식을 따릅니다.
$$ \left\lvert P(\vec{a}, \vec{b}) - P(\vec{a^{'}}, \vec{b}) - P(\vec{a}, \vec{b^{'}}) - P(\vec{a^{'}}, \vec{b^{'}}) \right\rvert \leq 2 $$
그리고 실험 결과가 부등식을 위반하는 것을 보여, 결국 EPR 역설과 양자 역학 간의 세기의 논쟁은 양자 역학의 승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는 곧 양자 상태를 결정하는 숨은 변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양자 역학을 부정하기 위해 내세운 벨 부등식이 역설적으로 양자 역학의 강력한 근거가 됐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지금까지 양자 컴퓨터의 기반이 되는 양자 역학 개념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양자의 여러 상태가 공존하는 양자 중첩의 원리가 양자 컴퓨터 작동의 기본 개념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양자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NEXT] 기획특집 ② - 양자컴퓨터와 큐비트

ALIMI 27기 무은재학부 조윤경

예비 포스테키안 여러분 부담 가지지 말고 언제든 질문해주세요!! 모두 포스텍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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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POSTECH MADs 연구실

  • POSTECHIAN
  • 2022-06-03 07:08:39

2022 SPRING 포스텍 연구실 탐방기

POSTECH MADs 연구실
Microwave Antenna, Device and System Lab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송효진, 석사과정 김지솔  
Microwave Antenna, Device and System Lab 연구실에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100GHz 이상의 고주파 통신용 반도체 집적 회로와 양자 현상을 이용하기 위한 양자 컴퓨팅용 집적 회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MADs 연구실
에 대한 더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MADs 연구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약 160여 년 전 맥스웰Maxwell에 의해 전자기파의 존재가 예언된 이후, 전자기파 기술은 꾸준히 발전되어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고, 휴대전화로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최신 음악을 무선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최신 전파 레이더를 장착한 자율 자동차는 스스로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 저 멀리 위성에 장착된 전파 망원경은 우주 끝을 관찰하거나, 지구 대기와 환경 변화를 감시하고 있다. 물론 모든 관측 데이터는 전파를 통해 다시 지구로 전송된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다양한 곳에서 전파는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선 통신 기술은 지난 2 ~ 30년간 가장 발전한 분야 중 하나이다. ‘삐삐’라고 하는 숫자 몇 개를 겨우 받을 수 있었던 수준에서, 이후 스마트폰이 탄생하면서 이 세상 인터넷이 모두 손안의 작은 무선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최신 통신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 끊김 없는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선두 통신 기업과 세계적인 연구 그룹들은 이러한 5세대를 넘어서 50 - 100배 더 빠른 6세대 이동통신 기술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의 핵심은 미지의 주파수 대역인 100GHz 이상의 테라헤르츠파 대역을 활용하는데 있다. 과연 100GHz 이상의 6세대 이동통신 개발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정보를 보내기 위해 사용되는 물리적인 통로를 채널Channel이라고 한다. 채널에서 정보가 오류 없이 보내질 수 있는 최대의 속도를 채널 용량이라고 하며, 이는 전송 매체가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전송 능력으로 볼 수 있다. 채널 용량은 그 채널의 대역폭Bandwidth에 비례하는데 대역폭은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증가하므로 수 GHz 대역에서 동작하는 4세대나, 30GHz에서 동작하는 5세대에 비해, 6세대 이동통신은 이론상 1,000Gbps의 보다 빠른 통신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초고주파를 이용한 초고속 무선 통신 기술은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순발력 있는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인공 기술로 구현된 실제와 유사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서비스나 자동차의 자율 주행, 그리고 드론의 사용이 보편화하는 미래가가까워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6세대 이동통신에 활용될 것으로 유력한 테라헤르츠파 대역은 인류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활용해 보지 못한 주파수 대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테라헤르츠 신호를 생성하거나 생성된 신호를 검출할 기술적 수단이 전무했음을 의미한다. 훨씬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에 해당하는 X-선의 경우 이미 100여 년 전 음극관을 이용해 발생시킬 수 있었던 것을 상기해 보면, 테라헤르츠파 대역 통신을 위한 연구는 어떤 의미에서 인류가 마지막 전자파 자원을 정복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주파수가 증가할수록 표피 깊이Skin Depth[각주 1]나 기생 저항Parasitic Resistance[각주 2] 및 어드미턴스Admittance[각주 3]의 영향을 크게 받아 단위 소자 하나가 낼 수 있는 전력이 낮아진다. 결국 큰 신호를 만들 수 없어 무선 통신 활용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신 테라헤르츠 송수신기 연구에서는 위상 배열 안테나Phased Array Antenna를 통한 빔포밍Beamforming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는 적은 출력을 내는 송신기를 다수 사용하여 출력은 높이고, 각 안테나에서 방사되는 전파의 위상을 조정하여 공기 중에 간섭을 일으켜 최종 전파되는 테라헤르츠파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그림1). 한편, 송수신 구조는 크게 정보 혹은 데이터를 의미하는 Baseband 신호를 최종 무선 통신 신호인 RF신호로 바로 끌어올려 사용하는Direct Conversion과 중간 주파수IF signal를 거친 이후에 RF신호로 올리는Heterodyne 구조로 나뉜다. Direct Conversion의 경우 대부분의 소자를 고주파 대역에서 사용하는데,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노이즈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잡음 성능 지표인 신호 대 잡음 비SNR : Signal-to-Noise-Ratio가 낮으며, 위상을 조정할 수 있는 대역 또한 한정적이다. 이와 달리 Heterodyne의 경우 중간 주파수에서 동작하는 소자들로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LO, IF, RF 등의 주파수 대역에서 선택적으로 위상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 주파수로 인한 다양한 간섭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만들고자 하는 송수신기의 대역폭이나 변조 방식 등을 고려하여 구조를 선택하게 된다.
본 연구실에서는 100GHz 대역 테라헤르츠파 송수신기에 기술적으로 근접한 E-밴드(60-90GHz)에서 Heterodyne 구조 송신기와 빔포밍 수신기를 개발했으며, 이를 기초로 6세대 이동통신의 후보 주파수 대역인 140GHz 대역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림 1. 다중 배열 안테나 빔포밍 송신기의 두가지 구조 및 Heterodyne 송신기 설계 사진
그림 1. 다중 배열 안테나 빔포밍 송신기의 두가지 구조 및 Heterodyne 송신기 설계 사진
 
위상 배열 시스템의 경우 300GHz에서 대략 50개 이상의 많은 양의 안테나, PA 등의 소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실에서는 적은 전력으로 효율적인 성능을 내는 소자 기술 또한 개발하고 있다(그림2). 증폭기의 위상을 맞추어 적층한 형태로 사용함으로써 보다 많은 전력을 낼 수 있도록 하고 효율을 증가시킨 적층형 전력증폭기 Stacked-PA, 안정도를 낮추는 방향의 임베딩 네트워크를 달아 파워 이득을 향상하는 이득 향상 피드백 증폭기Gain-boosting Feedback Amplifier, 공통 게이트[각주 4]의 작은 입력 임피던스[각주 5]와 적은 하모닉Harmonic[각주 6]생성의 장점을 활용한 공통 게이트 더블러Common-gate Doubler가 대표적인 예시로, 모두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저전력 고효율 소자 기술 개발
그림 2. 저전력 고효율 소자 기술 개발
 
양자 컴퓨터 기술 또한 초고주파 집적 회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복잡한 양자 현상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1, 0과 같은 숫자로 표현하기 위하여 전파를 이용하게 되는데, 여기서 사용되는 집적 회로의 성능 향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컴퓨팅에서 정보의 기본 개체가 비트인 것처럼 양자 컴퓨팅의 기본 개체를 큐비트Qubit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양자 현상에 기반한 큐비트가 만들어 내는 신호의 크기는 굉장히 미약하여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트랜지스터 기반 집적 회로 기술로는 사실상 검출이 불가능하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적으로 잡음이 Zero이 될 수 있는 파라메트릭 증폭기Parametric Amplifier를 기존 집적 회로 기술로 구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 잡음 수준이 영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수 배 이상 개선된 최고 성능 결과를 거둔 바 있다. 관련해서 파라메트릭 증폭기의 단점인 좁은 대역폭을 개선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동작 주파수를 갖는 회로 여러 개를 병렬로 연결하는 방법을 시도하였고(그림3) 측정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양자 현상을 이용하기 위한 고속의 양자 컴퓨팅 집적 회로를 개발하고 있다.
 
그림 3. 파라메트릭 증폭기 설계
그림 3. 파라메트릭 증폭기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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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 4기, 강병우 교수님을 만나다!

  • POSTECHIAN
  • 2022-05-27 07:00:01

2022 SPRING 포커스

포스텍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 4기
포스텍 강병우 교수님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포커스 4기로 활동하게 된 천상고등학교 2학년 이지원입니다. 포커스 4기로서 교수님을 직접 인터뷰하고 포스테키안에 글을 쓰게 되어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차 전지와 고에너지High Energy 연구로 저명하신 신소재공학과 강병우 교수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신소재공학과에서의 이차 전지와 고에너지 연구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모든 답변을 포스테키안에 담지 못해 아쉽지만, 담으면 가장 좋을 듯한 답변을 선정해 담아 보았습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보러 가시죠!

천상고등학교 2학년 이지원





"교수님께서 요즘 떠오르고 있는 이차 전지 연구의 전문가시라고 들었는데요. 교수님께 직접 이차 전지의 활용 분야와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이차 전지는 잘 아시겠지만, 최근 반도체 다음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죠. 이차 전지라는 것은,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칼리 이온 배터리와 다르게, 충전과 방전을 둘 다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차 전지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바로 여러분들의 휴대전화죠.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고, 자동차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어요. 작동하는 원리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이차 전지에는 리튬 이온을 씁니다. 한 물질에서 리튬 이온이 나오고 다른 물질은 이를 받아주는데, 이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안으로 가고 전자가 밖으로 나오면서 전자에 의해 기기를 작동시킵니다. 과정이 되게 단순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재입니다. 어떤 소재를 쓰냐에 따라서 이차 전지의 특성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는 이차 전지가 신소재공학과와 잘 맞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고에너지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에너지 연구가 다른 에너지 연구와 다른 점과 이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쓰는데 오늘 쓰고 나면 내일도 충전을 해야 해요. 그런데 만약에 고에너지 이차 전지가 있으면 충전을 안 해도 되겠죠. 가장 큰 이유가 그겁니다. 기기를 한 번 충전해서 더 오래 쓰고 싶은데 특정한 부피 안에 들어가는 에너지 용량은 정해져 있어서, 그보다 더 큰 용량을 얻으려면 내부를 구성하는 소재의 개발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주로 고에너지 이차 전지를 만들기 위해서 내부를 구성하는 소재, 리튬을 많이 가진 물질을 만듭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이차 전지에 리튬 이온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면 어떤 일이 생길 것 같나요? 우선 이온이 들어왔다 나감에 따라 부피 변화가 계속 생기죠. 실제로 이에 따라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 충전을 해도 오래 못 쓰는 그런 일이 발생하죠. 휴대폰을 1년 반 정도 쓰면 충전해도 금방 배터리가 닳았던 경험 있을 거예요. 그게 바로 소재의 구조적 변화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전반적으로 오래 쓸 수 있는 고에너지입니다. 또, 고에너지가 많이 연관된 분야는 자동차 산업입니다. 한 번의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야 하는데 중간에 계속 충전해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고에너지 이차 전지가 개발되면 한 번의 충전으로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최근 배터리와 이차 전지가 상당히 유망하다고 알고 있는데, 미래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연구는 또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이차 전지와 배터리는 결론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근데 배터리 중 일부가 이차 전지고 또 하나는 우리가 쓰는 알칼리 이온 배터리 같은 일차 전지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제가 예측하는 바로는, 이차 전지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장할 에너지를 생산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원자력에서 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면 그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지만, 원자력이 아닌 연료 전지나 태양 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에너지 플러스 저장 장치, 이차 전지를 계속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차 전지의 연구는 계속 지속될 것 같습니다. 또한 자동차가 전동화되면 단순히 전지를 쓰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모빌리티Connected Mobility가 등장해 저희의 생각과 다른 형태의 사회로 변화해 전지가 모바일 파워 소스Mobile Power Source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신소재공학과 강병우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이차 전지와 고에너지 연구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는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시고, 모든 질문에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 강병우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교수님과의 인터뷰뿐만 아니라 체인지업그라운드CHANGeUP GROUND 투어까지 보실 수 있으니, 꼭 확인해 주세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해 주신 알리미분들과 강병우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ALIMI 기 POSTECH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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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즉석밥에 숨은 과학

  • 이승은
  • 2022-05-20 07:00:04

2022 SPRING SCIENCE BLACK BOX

즉석밥에 숨은 과학
The science inside Instant Rice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즉석밥! 몇 분 만에 뚝딱 데울 수 있어 편리한 데다가, 밥솥에 지은 밥보다 오히려 더 맛있을 때도 있는데요. 즉석밥의 맛과 용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것들일지 함께 알아봅시다.

#1. 밥맛을 어떻게 살릴까?

즉석밥 밥맛의 비결은 열전달에 있습니다. 쌀에 열이 잘 전달될수록 쌀이 잘 익어 맛있는 밥이 되는 것이죠. 즉석밥은 대용량으로 지은 밥을 용기에 옮겨 담은 것이 아니라, 1인분씩 짓는 돌솥 밥처럼 용기 하나하나가 밥솥 역할을 합니다. 즉석밥 용기에 씻은 쌀과 물을 담은 뒤 윗면을 밀봉하여 밥을 짓고 뜸을 들이는 식인데요. 이렇게 작은 용기에 밥을 소량 짓기 때문에 밥 전체에 열이 고르게 전달됩니다. 또, 즉석밥을 자세히 살펴보면 밥 표면에 마치 연탄구멍 같은 홈들이 패여 있습니다. 이는 즉석밥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짐판으로 밥을 누르며 구멍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다짐판으로 밥을 누르면 쌀과 쌀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서 열전도가 더 잘 되어, 밥맛이 좋아집니다. 즉석밥을 만드는 온도는 약 140°C 정도로, 일반 냄비와 압력밥솥에서 밥을 짓는 온도인 99°C와 117°C보다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서 밥이 빠르게 지어지는데요, 이를 두고 호화 속도가 빠르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호화Gelatinization쌀을 이루는 전분이 열과 수분을 만나 밥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호화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즉석밥의 경우, 쌀에 더 많은 수분이 포함되어 찰기 있는 밥이 완성됩니다.
그림 1. 다짐판으로 밥에 구멍을 만드는 과정
#2. 용기 바닥은 왜 오목할까?
즉석밥 용기의 바닥은 일반 밥그릇과 달리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데요, 혹시 이 구조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으신가요? 밥의 양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예상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즉석밥 용기가 찌그러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즉석밥을 만들 때, 각 용기에서 쌀을 다 익힌 후에는 밥을 식힙니다. 즉석밥 바닥이 오목한 이유는 이 과정에 숨어있습니다. 밀폐된 용기 속에서 뜨거운 밥이 식으면 내부 공기의 부피가 감소합니다. 이때 용기 모든 곳에서 음압 현상이 발생합니다. 음압Negative Pressure이란 대기압보다 낮으면서 절대압력 0보다 높은 0~1atm의 압력을 뜻하며, 부압이라고도 불립니다. 밥이 식을 때 용기 내부 압력보다 용기 밖 압력인 대기압이 더 높으므로, 용기가 안쪽으로 찌그러지기 쉽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용기 바닥의 가운데 부분을 아래로 오목하게 하여, 찌그러질 곳을 미리 정해 둔 것입니다. 그 부분 외에는 찌그러지지 않도록 용기의 벽면을 각지게 만들어 지지대를 넣었습니다. 음압 현상이 나타날 때 바닥 부분이 용기 내부로 움푹 들어가는 변형 외에는 외형의 변화가 없는 것이죠. 예전에는 용기 모양의 변화를 막기 위해 용기를 두껍게 만들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이 너무 많아지는 문제점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바닥이 오목한 용기는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때도 이점이 됩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에 열을 전달하는데, 마이크로파가 도달하여 열을 전달할 수 있는 깊이는 약 3cm 정도입니다. 즉석밥 용기의 바닥이 오목하지 않다면 이 거리상의 한계 때문에 밑바닥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밑바닥까지 열을 전달하기 위해 밥을 오래 데우면 수분이 증발하여 마른 밥이 되어 버립니다. 오목한 바닥 덕에 마이크로파가 밥 전체에 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죠. 용기 바닥의 오목한 부분 주변을 잘게 둘러싸고 있는 주름이 마이크로파 투과를 돕는 효과까지 더해, 짧은 조리 시간으로 밥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데워 줍니다.
그림2. 즉석밥 용기 바닥의 오목 구조와 각진 벽면
#3. 어떻게 오래 보관할까?
지금까지 알아본 것만 해도 즉석밥 용기는 충분히 많은 과학적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용기에는 즉석밥의 근본적인 장점이 되는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숨어 있답니다. 보관해 뒀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 데워 먹을 수 있으려면 즉석밥을 원래 상태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석밥 용기는 삼중 구조로 되어 있어 외부의 공기가 완벽하게 차단되고, 내부의 냄새가 새어 나가는 일도 없습니다. 용기 외부와 내부를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방부제 없이도 약 9개월 동안 상태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즉석밥의 뚜껑 역할을 하는 껍질은 접착층, 산소 차단층, 강도 보강층, 인쇄층의 얇은 >네 개의 층을 겹쳐 놓은 형태입니다. 이 덕에 외부로부터 산소를 차단하고 외력도 견뎌낼 수 있으므로, 원래 상태를 유지하기에 용이합니다. 지금까지 즉석밥의 밥맛을 살리는 효과적인 열전도 방식과 용기가 찌그러지지 않게 하고 원래 상태를 오랫동안 보존하도록 고안된 즉석밥 용기의 특성을 알아보았습니다. 소비자인 우리에게는 즉석밥이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지만, 이번 SCIENCE BLACK BOX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의 산물인지 엿볼 수 있었을 겁니다. 여러분도 훗날 어떤 일을 하든, 여러분이 속한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ALIMI 26기 전자전기공학과 이승은

예비 포스테키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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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공대생 진로 탐험기

  • POSTECHIAN
  • 2022-05-13 07:01:24

2022 SPRING 포라이프

공대생 진로 탐험기
5급 기술고시 사무관이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때,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그려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IT융합공학과 17학번 여정모
안녕하세요. 2021년도 5급 공채 기술직렬에 최종 합격한 17학번 IT융합공학과 여정모라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이 기술고시라는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이공계 진로 중 하나인 기술고시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 제가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는지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자 하니, 이 길에 뜻이 있는 분들이라면 참고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기술고시란 무엇인가,
5급 사무관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기술고시란 크게 5급 공채시험의 일종으로 5급 사무관을 선발하는 시험입니다. 5급 공채에는 크게 행정고시(행정직), 외무고시(외무직), 기술고시(기술직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사 자격증 2급 이상, 토익이나 토플 공인영어성적을 일정 점수 이상 취득해 응시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이후 3월 초에 보게 되는 1차 시험, 소위 공무원적성시험인 PSAT을 응시하게 되며, 여기서 최종 합격자의 7배수 정도가 선발됩니다. 2차 시험은 보통 6월 말 ~ 7월 중순 사이에 시험이 치러지며, 기술직렬의 경우에는 필수 과목 3과목과 선택 과목 1과목을 포함한 총 4과목을 논술형 시험으로 치른 뒤 면접이라는 마지막 절차를 통해 선발됩니다. 그 후 입직하게 되면 중간 관리자로서 정부 기관에 소속되어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과 같이 굵직한 정부정책기획단계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는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중앙 부처 소관의 수많은 법이 존재하고 그 법에는 또 수많은 이슈가 엮여 있습니다.
사무관들은 이러한 내용을 소관 공기업/공공기관부터 시작해 협회/연구원/교수집단 등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한마디로, 법/제도/사업의 실무 책임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술고시를 준비하게 된 이유?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학부 공부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전자전기공학과 수업을 많이 들으면서 전기 전공 과목에 대한 흥미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기술고시라는 시험을 알게 되었고, 제가 공부해 놓은 전자전기공학과 과목들을 베이스로 활용해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큰 메리트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이 시험을 합격해 입직하게 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굵직한 정부 부처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완전히 이공계에 치우쳐진 진로가 아닌 이공계 전공을 살려 행정직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법의 현황과 문제점 파악, 국민과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 분석
(미래)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 기획, 소요 재원 등 기회비용 파악
(기타) 국회에서의 입법 동향 및 대응 방안

기술고시 준비 과정

전기기기 과목 필사 내용

저는 2020년도 1학기까지 끝낸 후 본격적으로 이 시험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본가에서 공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여 고시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신림으로 올라가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1차 시험의 경우에는 헌법 과목과 모의고사 시즌에 강의를 학원에서 몇 개 수강하였으며, 그 외의 대부분의 시간은 2차 공부에 초점을 맞추어서 공부하였습니다. 기술고시라는 시험의 특성상 2차 시험은 학원이나 인강이 전무하며 대부분의 수험생이 독학으로 공부합니다. 저는 전기직렬로 시험을 응시했기 때문에 필수 과목으로 전기자기학, 전기기기, 회로이론을, 그리고 선택 과목으로는 자동제어를 선택했습니다. 이 당시에 제가 베이스가 있었던 과목은 전기자기학과 회로이론이였고 전기기기와 자동제어는 원서를 보며 독학하였습니다. 과목별로 봤던 기본서들을 나열해 보자면 전기자기학의 경우에는 CHENG 전자기학, 그리피스 전자기학, 옛날 합격자 선배들이 제작한 SUBNOTE를 두 권 정도 참고하여 공부하였습니다.
회로이론 답안지 필사 내용

전자기학이라는 과목은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과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범위가 넓으며 문제의 난도들 또한 연도별로 격차가 커 최대한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이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로이론의 경우엔 테마회로이론, 양진목회로이론, 닐슨회로이론, 신회로이론, 이정렬 회로이론 모의고사를 참고하였습니다. 회로이론의 경우에는 한번 공부를 해놓으면 점수 낙폭이 적기 때문에 보통 회로이론에서 고득점을 노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며, 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부하였고 작년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필수 과목인 전기기기 또한 공부량이 많은 과목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변압기, 직류기,유도기, 동기기 등 나오는 파트는 정해져 있고, 이 기기들 간의 차이점과 동작 원리 등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시면 더욱 쉽게 이해하면서 공부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과목을 공부할 땐 SEN 전기기기, SARMA 전기기기, CHAPMAN 전기기기, HUBERT 전기기기 등의 원서를 참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동제어 과목의 경우에는 가장 부담이 적은 과목 중 하나입니다. 선택 과목이기도 하고, 변리사 시험에서도 이 과목이 나오기 때문에 공부할 자료가 많이 있고 강의도 잘 되어있는 편이라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수험 기간 중 스트레스 관리

고시를 준비하면서 외롭고 공부가 잘 안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저는 평균적으로 월-토 주 6일을 공부하고 일요일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헬스와 같은 운동을 주 2회 정도는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수험 생활은 장기간 레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건강 관리 방법을 정립해 두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차 시험을 앞두고 슬럼프가 온 적이 있는데, 이럴 땐 하루에 해야 할 최소한의 공부량만 정해두고 그것을 끝내면 스스로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해서, 그나마 슬럼프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했던 독서실 모습

나가며...

우리 학교 특성상, 이 기술고시라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우분들의 숫자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기술직렬뿐만 아니라 행정직렬에도 합격자를 배출한 데 이어서, 올해도 2명의 합격자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고시라는 시험 특성상, 시험에 대한 정보가 너무 한정적이고 극소수만을 뽑는 시험이기에, 수험 생활에 대한 리스크가 커 관심을 가진 소수의 학우분이 아니면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작년 합격자 선배들이 고시를 준비하는 학우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정보 교류 단톡방 을 만들고 최대한 고시에 대한 정보를 나누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작년 시험 준비 당시 우리 학교 선배들에게 수험 생활 중 고민이나 공부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때마다 선배들께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래의 학우분들과 선배님들 중 이 시험 준비 전후로 고민이나 궁금한 점이 생기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저도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제 글을 통해서 기술고시라는 시험이 어떤 것인지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우분들도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때,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그려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ALIMI 기 POSTECH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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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나에게 공학도란

  • POSTECHIAN
  • 2022-05-13 07:00:30

2022 SPRING CREATIVE POSTECHIAN

나에게 공학도란
Important abilities for the engineering student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은 넓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몸으로 직접 체험한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니, 꼭 부딪혀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배움의 여정 끝에 당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기계공학과 17학번 유지호
안녕하세요! 저는 전자전기공학과 CoCEL Computing and Control Engineering Lab [링크]CoCEL연구실에서 LiDAR1를 공부하면서,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HYBO에서 일하고 있는 유지호입니다.
여러분은 좋은 공학자가 가져야 하는 소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대부분 과학과 기술에 관련된 내용일 것입니다. 저는 여기 한술 더 떠서,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성공한 공학자와 그렇지 못한 공학자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인 ‘시장’이 공학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대학에 막 입학한 저는 오직 과학과 기술에만 관심이 있는 소위 진성 공대생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조종기로 RC 비행기를 날리고 싶어 로봇 동아리Power-On[링크]Power-On 동아리 에 가입했고 밤낮으로 동아리방에 틀어박혀 정말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동아리 탐방 전시회를 위해 동아리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악기를 연주하는 로봇을 만들기도 하고 자작 조종기로 비행기를 날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로봇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발실력이 늘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게 되더군요. 하지만 개발자가 아닌 연구자를 꿈꾸고 있었기에 동아리 지도 교수님 연구실에서 2학년이라는 꽤 이른 시기에 연구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 참여를 하면서 세상을 수학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이용해 대상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고 그 상태를 추정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를 더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때 제 가치관과 인생을 바꾸는 일이 일어납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아리 선배들이 LiDAR를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인 HYBO [링크]HYBO 홈페이지를 창업했는데 일손이 필요하니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평소 창업엔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소위 ‘공돌이’였던 저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보단 연구에 더 적성이 맞는 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연구라고 물건을 파는 것과 관계가 없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DIY_RCTransmitter_v4

저는 이렇게 HYBO에 입사한 후 정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LiDAR 광학계를 비롯한 PCB, 케이스 조립에 필요한 장비를 설계 및 제작하는 일을 주로 수행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로봇을 만드는 업무만 한 것이 아니라 행정, 영업 업무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정부 및 기업 과제를 위한 과제 제안서를 쓰거나 투자를 위한 발표 자리에 가기도 하고, 여러 전시회에 참관하여 회사를 홍 보하거나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국내 행사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해외에도 몇 번 갔었는데,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링크]CES를 갔던 것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https://postechian.postech.ac.kr/wp-content/uploads/2022/05/KakaoTalk_20220320_223156604.jpg

CESCustomer Electric Show세계 최대 규모의 ICT 박람회로, 삼성, 구글 등 국내외 대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 기업도 참가해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등 영향력이 있는 전시회입니다. 마침 HYBO가 신제품 해외 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CES에 부스를 차리게 되었고, 제가 부스 관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모든 것이 엄청 크고 많았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지평선 넘어 보이는 돌마저도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저희가 있던 Eureka Park홀은 스타트업 기업만 모여 있는 전시관이었음에도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보다 더 컸고, 이러한 홀이 여러 개 더 있어 멀리 떨어진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선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제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HYBO가 만드는 LiDAR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사용되는 장거리 LiDAR와 다르게, 30m 이내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거리를 줄인 대신 FoVField of View2와 내구도를 높이면서 가격을 대폭 낮춘 LiDAR로, 로봇이나 안전 센서 분야를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 시장 조사를 하면서는 과연 로봇이나 안전 센서가 매력적인 시장일지 와닿지 않았는데, 전시회 기간 동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로보틱스나 보안 분야의 사람들이 왔고 심지어 지금 바로 구매가 가능한지 물어보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시장조사의 중요성과 시장이 원하는 건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제품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자원 공사 사장님과 삼성전자 사장님께서 저희 부스에 오셔서 제품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 좋은 반응을 해 주신 것도 나름의 성과라면 성과네요.

글을 쓰면서 지난 5년을 돌아보니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하는, 흔히 ‘멋진’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슈퍼카와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사람들은 이 두 자동차가 현대 공학 기술의 결정체라고 생각하지요. 이에 반해 이름부터 ‘국민 자동차’인 폭스 바겐은 그냥 자동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경영난 끝에 폭스바겐 그룹에 인수된 회사입니다.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자동차를 가장 효율적으로 잘 팔리도록 만드는 기술은, 서로 다른 기술이지 어떤 하나가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더 필요한 기술을 잘 적용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역할이지요. 그런 이유에서 저는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공학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겠지요.

제가 학부 과정 동안 배운 가장 큰 교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은 넓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몸으로 직접 체험한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니, 꼭 부딪혀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세요. 잘 찾아보면 학교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 사업이 꽤 많을뿐더러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배움의 여정 끝에 당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파이팅입니다!

ALIMI 기 POSTECH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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