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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겨울호] 이승준 선배님과의 이야기

  • 김태호
  • 2021-03-26 16:00:39

2020 WINTER POST IT
이승준 선배님과의 이야기

여러분께서는 ‘변리사’라는 직업을 아시나요?
흔히 변호사와 혼동하여 이공계열 졸업자는 갖기 힘든 직업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승준 선배님께서는 자신이 배운 공학적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모든 이들의 지식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에 힘을 쏟고 계신답니다.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시는 선배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ALIMI 25기 신소재공학과 김태호

이번 기사의 필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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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MI 26기 무은재학부 박정은

이번 기사의 인터뷰어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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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스텍 물리학과 07학번이고, 지금 특허법인 영비[링크 - 특허법인 영비]라는 특허 관련 법인을 운영 중인 이승준이라고 합니다.

선배님께서는 현재 변리사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하고 계신 일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식 재산권을 보호받는 방법에는 4가지가 있습니다.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인데요.
저는 저작권 등록과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에 대해 출원을 하며, 그와 관련해 분쟁이 있을 때 분쟁을 조정하고 고객의 편에 서서 권리 침해에 대한 소송을 대리하거나, 상대의 특허나 디자인 상표를 무효로 하는 소송도 대리하고 있습니다.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들이 국내외에 제품을 출시할 때 다른 사람의 지식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지 컨설팅도 진행하고, 또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이나 기술을 보호받을 방법을 자문하는 역할입니다.

포스텍 물리학과에서 학사 과정을 밟으셨는데, 포스텍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포스텍에서의 생활이라 하면 대부분 비슷할 것 같은데 저는 기숙사 1동에서 4년 내내 살았고, 분반 친구들과 함께 생활했던 게 재미있었어요. 저희 때는 과를 정해서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저는 무학과로 입학했고 물리학과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2학년 때 물리학과에 들어가게 되었고 공부를 게을리하지는 않았어요. 친구들하고 항상 밤늦게 과제를 하고 학과 공부랑 별개로 물리학과 친구들 중에 매우 똑똑한 친구들이 많아서 학과 수업 이외의 물리학 스터디도 했었죠. 동아리로는 축구 동아리를 잠깐 했었는데 무릎 십자인대가 나가서 그만뒀었죠. 친하게 지냈던 분반 친구들이나 과 친구들과 다 같이 풋살도 하면서 재미있게 학교생활 했던 거 같아요.

선배님께서는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변리사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진로를 고민한 경험은 누구나 있잖아요?
저도 학부생 시절에는 박사도 하고 기회가 되면 유학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4학년 초까지만 해도 이론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죠. 그런데 생활을 하다 보니까 저에게는 정적인 것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적성에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학과 친구가 “넌 남들에게 설명해 주는 게 귀에 착착 감긴다.”라는 말을 해줬어요. 그러던 와중에 대학 졸업할 때쯤에 여러 고민을 하다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변리사가 되신 선배님께 많이 여쭤봤죠. 또 졸업할 당시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링크 -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제가 공학이나 자연과학을 일반인에 비해 잘 알고 있고, 공대생들보다 여러 인문학도 좋아했고 혼자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복합적으로 생각해 보니, 변리사라는 직업이 저랑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졸업하고 공부를 시작해서 변리사가 되었죠.

진로를 고민하는 이공계 분야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이공계 학생들은 연구하거나 전문직을 갖거나 기술 창업 쪽의 진로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다 좋은 길이지만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해요. 지금 사회는 공학과 인문학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개발할 때 단순히 기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로서도 해석할 필요가 있고, 반대로 뭔가를 컨설팅하거나 법률적인 것을 판단할 때에도 공학적인 베이스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일이 참 많죠. 자신이 가진 지식이 연구에 활용될 수도 있지만, 소설을 쓰거나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칼럼을 쓰는 데 활용되는 등, 여러 방향이 있답니다. 다양한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각 분야의 선배님들과 지속해서 커뮤니케이션했으면 좋겠어요

선배님께서 추구하시는 바 또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추구하고 있는 건 제가 맡은 일이 우리나라가 됐건 외국이 됐건,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각자의 독특한 기술이나 지식 재산권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이 자기 권리를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 직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를 만나거나 저를 통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기술이나 노하우를 우리나라에서 혹은 전 세계에서, 최대한 넓은 범위를 가지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사명입니다. 다음으로 제 사업의 확장과 관련된 건데, 사업이 확장될수록 더 많은 기업을 만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이에, 국내외로 기술력을 가진 모든 이들을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데 제 지식을 활용하고 싶어요. 제가 학부 동안 공부한 것들 덕분에 저는 남들에 비해 공학적 마인드가 잘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리학과를 졸업했지만 다른 컴퓨터나 정보 통신 기술을 이해하는 데에도 전혀 무리가 없어요. 변리사라는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긴 한데, 특허를 출원하기 때문에 최신 기술을 빨리 접하게 돼요. 그래서 일을 하면서 이런 제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또 힘이 닿는 데까지 지속해서 공부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테키안을 구독하는 고등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실적으로 고등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대학 입시일 텐데, 그 과정에서 자기 적성도 중요하고 대학에서 뭘 가르치는지도 중요하니 복합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만약 포스텍에 오게 되면 우수한 친구들과 공부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제가 포스텍을 나와서 사회를 경험해 보며 느끼는 거지만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정말 우수했고, 심성도 매우 좋았던 거 같아요. 서로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지식을 공유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느끼는 거지만 졸업생이 많이 없기도 해서 포스테키안끼리 정말 끈끈해요. 공부하기도 상당히 좋은 환경이라 훌륭한 친구들과 뛰어난 교수님들과 공부하는 게 여러분들에게 정말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 관한 판단이 확실하고, 그것을 통해 직업까지 가지게 되신 선배님의 모습은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선배님이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들고, 부러움의 감정도 들어 저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이 잘하는 것, 열심히 할 자신이 있는 것들을
복합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이 글이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특허법인 영비 홈페이지 바로가기

ALIMI 25기 신소재공학과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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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을호] 2019 노벨 화학상

  • 김태호
  • 2020-11-27 10:57:19

2020 FALL Hello Nobel
노벨상
2019 노벨 화학상
"리튬 - 이온 배터리"


2019년 노벨 화학상은 스탠리 위팅엄 교수(뉴욕 빙엄턴대), 존 구디너프 교수(텍사스대), 요시노 아키라 교수(메이조대)가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휴대전화부터 랩톱, 노트북 컴퓨터와 전기차 등의 기기에 꼭 필요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미국 화학협회장 보니 카펜티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학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좋은 예시이며, 우리의 삶의 패턴을 크게 바꾼 이 발명품이 노벨상 수여로 인정받게 되어서 매우 흡족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2019 노벨 화학상 홈페이지



스탠리 위팅엄 교수 M. Stanley Whittingham

뉴욕 빙엄턴대 교수

존 구디너프 교수 John B. Goodenough

미국 텍사스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 교수 Yoshino Akira

일본 메이조대 교수




1800년 알레산드로 볼타에 의해 최초의 전지가 발명된 이후, 전지는 구성과 성능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이러한 전지의 발전은 개인이 손 안에 컴퓨터를 하나씩 갖게 해준 휴대전화 및 휴대용 전자기기들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상당히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차의 발전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 없이는 불가능했던 결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여 노벨상 수상의 큰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최초의 화학 전지는 반응성이 다른 두 금속을 전해질 용액에 넣고 도선으로 연결한 형태였습니다. 반응성이 큰 금속이 산화되어 전자를 내놓고 전자가 도선을 따라 반응성이 작은 금속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르는 원리였죠. 여기서 반응성이 큰 금속은 음극(anode)이 되고, 반응성이 작은 금속은 양극(cathode)이 됩니다. 볼타는 동과 아연 디스크 사이에 소금에 적신 천을 연결해 전해질로 사용해서 전류가 흐르도록 전지를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배터리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납-산 배터리나 니켈- 카드뮴 배터리 등 여러 물질을 사용한 배터리가 개발됐지만, 굳이 배터리가 없어도 화석 연료만으로 에너지 공급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1973년에 오일 쇼크가 발생하고, 화석 연료에만 의존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때부터 스탠리 위팅엄 박사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방법과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는 이미 리튬이 음극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소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리튬에서 흘러나온 양극 소재를 탐구했죠. 여기서 최초로 티타늄 황산화물을 발견했고, 전자들을 잘 저장하는 티타늄 황산화물의 특성 덕분에 최초의 리튬-이온 배터리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의 배터리에 비해 용량도 10배 가량 크고, 특별한 관리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팅엄의 배터리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충전과 방전이 진행되면 리튬 금속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폭발의 위험성도 있었죠.

워팅엄의 배터리



이후 존 구디너프 교수는 코발트 산화물을 양극으로 사용, 위팅엄의 배터리보다 두 배의 전압을 가짐과 동시에 안전성과 내구성을 가지는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코발트 산화물의 구조가 티타늄 황산화물과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대체재로 사용했더니, 기존의 문제로 지적되던 리튬이 새는 현상도 해결함과 더불어 전압 또한 4V로 2배 높이게 됩니다.

구디너프의 배터리



이후 요시노 아키라 교수는 기존 음극에 사용하던 순도 100% 리튬 금속을 탄소 소재의 전극으로 감싸 대체하여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인 배터리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이러한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은 세 교수는 2019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됩니다.

요시노의 배터리



이 이후로 배터리는 대량 생산에 들어가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에 활용되어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보급에 아주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충전과 방전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성능이 저하되고, 한창 논란이 되었던 삼성 갤럭시 노트7 스마트폰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폭발의 위험성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또,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의 속도를 배터리 기술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문제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서 리튬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남미의 염전 근방은 오염되고 있다는 문제점 또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이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여 노벨상을 받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ALIMI 25기 신소재공학과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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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호] 1 - 신소재공학과가 본 캠핑

  • 김태호
  • 2020-09-11 07:21:03

2020 SUMMER 공대생이 보는 세상 1

신소재공학과가 본 캠핑
Dept. of 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캠핑1

와~ 오랜만에 캠핑 와서 신선한 공기도 맡고 너무 좋다!

일단 텐트부터 쳐볼까?
먼저 텐트의 뼈대 역할을 하는 폴을 고정하고, 앗! 실수로 폴을 밟아버렸네!
어? 내가 밟았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잖아?
아, 이 폴은 두랄루민 Duralumin 폴이었지!

두랄루민은 항공기에 쓰이기도 하는 합금으로, 알루미늄, 망가니즈, 마그네슘과 소량의 크로뮴으로 이루어진 합금이야. 원래 알루미늄은 매우 가벼웠지만 강도가 너무 낮아 사용할 수 없었는데, 두랄루민의 합성으로 알루미늄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지.

재료를 강화하는 방법에는 크게 4가지가 있어



  • 재료를 강화하는 방법
    • 결정립 미세화
    • 고용체 강화
      • 치환형
      • 침입형
    • 변형 경화
      • Forging
      • Rolling
      • Drawing
      • Extrusion
    • 석출 경화

먼저 결정립 미세화는 미세 결정의 크기가 작아져 개수가 많아지면 결정립의 방향에 따라 운동 방향이 바뀌어야 해서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이용한 강화 방식이야.

다음으로 고용체 강화는 불순물을 추가해 합금 형태로 만드는 것으로, 크기가 다른 원자가 들어가면 원자 배열이 뒤틀려 전위의 이동이 제한되는 것을 이용한 강화 방식이야. 이 고용체 강화는 또 치환형침입형으로 나뉘는데, 끼어 들어가는 원자의 크기가 크면 치환형, 작으면 침입형으로 결정되지.

다음은 변형 경화인데, 보통 매우 낮은 온도에서 진행되어 냉간 가공이라고도 해. 이 가공은 힘을 가해 압축하는 Forging, 펴주는 Rolling, 늘려주는 Drawing, 압축하는 Extrusion 과정으로 진행돼. 이 가공 이후에는 변형이 일어날 부분들이 서로 얽혀 단면적이 작아지고, 강도가 증가하는데 가공이 된 정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지.

$$\%CW = {{A_0 - A_d} \over {A_0}} \times 100$$
$A_0$ : 가공하기 전 단면적
$A_d$ : 가공한 후 단면적

마지막은 두랄루민 강화에 사용된 방식으로 석출 경화라고 해. 석출 경화는 금속이 포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열처리 과정을 거치며 기존의 상과 다른 물질이 생겨 (금속)재료가 단단해지는 방식이야. 두랄루민뿐만 아니라 다른 알루미늄 합금이나 베릴륨구리 등에서도 활용되는 방식이지!

으…. 텐트도 치고 설명도 했더니 너무 졸리네!
텐트에서 한숨 자야겠다. 그럼 이만 안녕!


공대생이 보는 세상 2 - 물리학과가 본 캠핑 편으로 이어집니다.

공대생이 보는 세상 2 보기


ALIMI 25기 신소재공학과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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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호] 보존의 과학

  • 김태호
  • 2020-08-14 08:30:29

2020 SUMMER SCIENCE BLACK BOX

보존의 과학
Conservation Science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며 근본을 잃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합니다. 단순히 글로 써있는 지식을 탐독할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통해서도 역사를 배우는데요. 문화재는 심미적인 가치도 매우 크지만, 그 자체로 우리의 주체성이기 때문에 중요하답니다. 따라서 이런 문화재를 원래 모형 그대로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겠죠? 이번 호에서는 [보존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이 과정 속에 있는 과학과 그 사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존 과학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본래의 모습을 잃습니다. 예술 작품에서는 시간이 흘러 낡는 것 자체를 예술로 보기도 하지만, 문화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유성 그 자체로 문화재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후대를 위해서라도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1973년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가리개'는 1600년만에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영롱한 빛을 냈습니다. 이 빛의 정체는 바로 비단벌레의 날개를 이용하여 만든 것인데요. [링크 - 천연기념물 제496호 비단벌레] 금동판과 비단벌레의 날개를 합치면 화려한 빛을 내기 때문에 왕실의 여러 장식품에 활용되었습니다. 비단벌레의 날개는 키틴 Chitin으로 이루어져 있어 특유의 탄력과 강인함을 주고, 표면에 구리, 철, 마그네슘 등의 금속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반사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을 냅니다. 이 때문에 날개의 표면이 산소와 만나고 빛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건조해지면, 금속 이온이 산소와 반응해 검게 변합니다. 여기서 보존 과학이 빛을 발합니다. 글리세린 Glycerin은 공기를 차단하고 표면에 밀착해 보습을 유지해 주는 특징이 있어 안장 가리개를 글리세린에 넣고 보관함으로써 건조함이나 미생물에 의한 분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글리세린 용액에 보관된 황남대총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

또, 보존 과학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연대를 알기 위해 X선 형광 분석 X-ray Fluorescence Spectroscopy을 자주 활용하는데요. 물질에 방사선을 비추면 나오는 그 물질 특유의 2차 X선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최치원 초상’이라는 작품에도 X선 형광 분석을 이용해 봤더니 오른쪽 탁자와 초 받침 아래에 동자승 그림이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 이 작품을 적외선 촬영해 봤더니 그림 하단에 빨간 줄로 ‘건륭 58년 계측 5월에 하동 쌍계사에서 진영을 제작했고, (이후 생략)’라는 글귀가 발견되어 작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치원 초상의 X선 형광 분석

추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창경루의 자격루'도 보존 처리를 받았습니다. 자격루를 정밀 조사해 부식 범위와 종류를 파악하고, 오염물을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재질을 강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마모되어 관찰이 어려웠던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4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복원 과학

사실 복원과학과 보존 과학은 큰 틀에서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보존을 위해 복원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문화재를 잘못 복원하기라도 한다면 문화재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복원 과학은 매우 중요합니다.

2000년대 초, 복원을 진행했던 석조 문화재들은 잘못 복원되어 기울어지기도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 재차 보수에 들어간 적도 있었죠. 이처럼 아주 중요한 작업인 문화재 복원에는 심혈을 기울인 첨단 기술들이 이용됩니다.

고대 아시아의 미술품들은 대부분 비단 천에 그려져 있는데, 아주 오랜 세월을 거치며 구멍이 생기거나 변형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새로운 비단을 덧대어 수선하면 티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덧댄 천에 감마선 Gamma Ray / γ-Ray 을 쬐어 인공적으로 노화를 시키는 방식을 이용해 마치 동시대의 것처럼 복원할 수 있었답니다. 단순히 방사선을 쬐어 주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사선을 활용한 문화재 복원 방법들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죠. 이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에도 아주 특별한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바로 뫼스바우어 분광 기법 Mössbauer Spectroscopy 인데요, 이 기법은 핵 감마선 공명 현상 Recoilless Nuclear Resonance Fluorescence / Mössbauer Effect 을 이용해 물질의 화합 물상, 전자가, 초미세 자기장 등의 정보를 얻는 방법입니다. 이 기법으로 숭례문의 건축에 사용되었던 단청 안료를 분석하고, 그 성분에 맞는 안료를 사용해 복원하여 원래의 것과 최대한 가깝게 재건하였습니다.

이렇게 외관을 복원하는 방식도 있지만, 요즘에는 VR이나 AR기술과 접목하여 현실적으로 복원하기 힘든 여러 문화재들을 재현해 내는 디지털 복원 기술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후세를 위해 문화재를 본 모습 그대로 전승하려는 복원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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