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IAN 기사 보기

[2022 봄호] 포스테키안 제작기

  • POSTECHIAN
  • 2022-07-06 07:00:15

2022 SPRING 알리미 온에어

포스테키안 제작기

전국의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날씨가 점점 따듯해지고 꽃도 피는 2022년의 봄이 왔네요! 한 해의 시작을 잘 해내고 계시나 요? 저희 알리미들도 2021년에 이어 다양한 수ㆍ과학 내용과 포스텍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비대면 상황 속에서도 다채로운 콘텐츠로 여러분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봄호에서는 알리미들이 기획, 작성, 편집까지 모든 부분을 직접 진행하는 포스테키안의 제작 과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읽고 계신 바로 이 포스테키안은 전국의 고 등학생들에게 배포되는 이공계 진로 설계 안내서로, 포스텍을 알리면서 이공계를 비롯한 다 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신 훌륭한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기획특집과 같이 알리미 들이 직접 작성하는 수ㆍ과학적 글, 알턴십 같이 알리미들이 출연하는 영상, 포커스와 같이 고등학생 독자가 포스텍 구성원을 인터뷰하는 글 등,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 알리미는 포스테키안 제작을 위해 회의, 기획 등 모든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알리미 온에어에서는 포스테키안의 각 코너에 들어갈 내용을 제안하고, 코너별로 영 상에 들어갈 내용을 기획하며, 시안이 제작되면 수정 의견을 모으는 과정까지 담아봤습니다. 알리미들의 포스테키안 제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시다면? 7월 8일, 위의 QR 코드를 통해 공개되는 영상을 확인해 보세요!


ALIMI 기 POSTECHIAN

기사 모아 보기
공유하기
목록

POSTECHIAN 기사 보기

[2022 봄호] 양자 물리학에 빠지다

  • POSTECHIAN
  • 2022-06-17 07:00:45

2022 SPRING 포스텍에세이

양자 물리학에 빠지다
Falling in Love with Quantum Physics

고등학생들을 위한 글을 쓰는 이 소중한 기회를 연구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소개하는 데보다는 물리학 연구자로 성장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공유하는 데 쓰고 싶다. 어떤 진로를 택하든, 여러분의 순수한 열정과 동경이 남들의 고정 관념에 의해 쉽게 좌절되거나 무시되지 않았으면 한다. 힘들고 어려운 지점이 조금씩 달라서 그렇지 어차피 모든 직업은 비슷한 정도로 힘든 것 같다. 어떤 진로를 택해도 비슷하게 힘들 거라면 기왕이면 본인의 순수한 열정이 조금이나마 보전될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삶을 택해 살길 바란다. 그래야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님

진로에 대한 고민

고등학생들을 위한 글을 쓰는 이 소중한 기회를 연구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소개하는 데보다는 물리학 연구자로 성장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공유하는 데 쓰고 싶다.
돌이켜보면 20년 전 고등학생 때 이런 고민을 했었다. ‘간단한 수식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물리학 공부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그런 흥미 혹은 동경만으로 물리학과로 진학해도 되는 걸까? 물리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모두 천재 같아 보이고 성적도 최상급인데,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물리학 전공을 할 수 있을까? 입학한다 쳐도 그런 쟁쟁한 동기들과 경쟁해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을까?’ 소수정예 교육, 전원 기숙 생활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등의 이점을 가진 포스텍으로 진학하겠다는 것은 수월하게 정했었지만, 학과 선택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물리학과 교수로서 1학년 무은재학부생들과 진로 상담을 해보면 학생들이 고등학생 시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 학생들의 고민이 공감되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당시 나는 경시대회 성적이 잘 나오던 화학과로 진학했다. 고민은 복잡했지만, 결정 이유는 간단했다.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에 흥미와 자신감이 더 붙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화학과 학부에서는 양자 역학으로 시작하여, 원자가 합쳐진 분자에 대해, 그 분자들 간의 반응에 대해, 또 분자의 집합체인 고분자에 대해, 더 나아가 생물체를 이루는 생고분자까지 배웠는데, 다루는 대상의 범위가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아주 매력적인 학문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물질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항상 남아 있었고,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야 어떤 대상이든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해답은 물질을 이루는 원자를 속속들이 이해해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물리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해서, 넓고 깊이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넓이와 깊이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는 개인의 ‘취향’인 것인데, 이런 취향 혹은 성향이 학과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의외로 어려운 단계는 본인의 취향을 아는 것이다. 특히 입시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는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나도 그랬고, 학부 중반에 들어서서야 물리학에 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잠깐 학교 홍보를 하자면, 포스텍의 무은재학부 제도를 이런 진로 탐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면 한다.

이길호 교수님께서 하시는 연구가 궁금하다면?
Quantum Nano-electronics Lab 알아보기

양자 소자라는 연구 분야

자연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여러 과목 중 단연 양자 역학이 그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었다. 근본 원리로 파고들면 들수록 일상생활에서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예를 들면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는 상태인 양자 중첩 상태가 가능하다든지, 입자가 벽을 뚫고 지나가는 양자 터널링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것들을 배웠다. 수업 시간에 배운 대로 착실히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이런 직관에 반하는 양자 현상들이 정말로 일어나는 것인지 내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때쯤 잊고 있었던 나의 ‘로망’이 기억났다. 지금은 훨씬 유명해졌지만, 고등학생 때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양자 컴퓨터’란 아이디어다. 양자 역학이라는 최신 물리학 개념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지수적Exponentially으로 빠를 수 있다는 글을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과 흥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것이야말로 현 인류의 순수 학문과 응용 학문 결합의 결정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직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마침물리학과 이후종 교수님께서 초전도 기반 양자 컴퓨터의 가장 기본 단위인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에 관해 세계적인 연구를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연구 참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도 초전도 양자 소자의 양자 전도 실험 연구를 하고 있다. 이쪽 연구의 길로 들어선 큰 동기는 양자 컴퓨터였으나, 지금은 ‘양자 역학에 기반을 둔 소자Device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유용한 장치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양자역학적 성질을 내포하고 있는 물질인 양자 물질을 사용하여 소자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원자층 하나의 두께의 흑연을 그래핀Graphene이라고 하는데, 이 물질 안에 돌아다니는 전자는 마치 질량이 없는 상대론적 양자 입자처럼 행동하며 디랙 방정식Dirac Equation을 따른다. 이를 이용하면 입자를 빛의 속도 근처로 가속해야만 나타나는 입자물리 영역의 상대론적 양자 역학을, 그래핀의 전류와 전압을 측정함으로써 비교적 손쉽게 연구할 수 있다. 여기에더해 고체 물질의 장점은 유용한 나노 소자로 만들어 응용하는 연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래핀에 초전도체를 붙인 나노 소자를 이용해 아주 민감한 마이크로파 센서나 적외선 센서를 구현했는데, 그래핀의 특이한 전자 성질을 이용하여 가능했다. 그래핀뿐만 아니라 수학의 위상이라는 개념이 물질의 전자 구조에 적용된 위상 물질Topological Material 같은 아주 흥미로운 물질도 있으나, 너무 어려운 개념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연구자의 길

물리학 연구를 하기 위해 복수전공을 하기로 하고 학부 시절에 연구 참여도 활발히 했기에 대학원을 진학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박사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내 두 눈으로 양자 현상을 직접 보리라는 동기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학원 시절을 보냈고 나름 논문도 많이 쓰며 다양한 연구 경험도 갖추었다. 하지만, 대학원 졸업이 다가올 때쯤 진로 고민이 생겼다. 6년 반 동안의 대학원 생활을 돌이켜보면 연구란 것이 열심히만 한다고 그 노력에 정비례하는 보상이 따라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연구를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노력에 대한 보상이 언제나 보장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먹고 살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에 박사 후 연구원Ph.D의 길을 걸었다. 역시나 쉽지 않은 해외에서의 연구자 생활이었지만, 나 스스로 선택한 길인 만큼 후회는 없었다. 선택의 기로에 선 학생들에게 조언을 감히 하자면, 후회 없는 좋은 선택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지금은 비슷한 열정을 가진 연구실원들과 함께 연구실을 꾸려나가고 있다.

꼭 대학교수가 아니라도 대학 연구소, 국책 연구소, 기업 연구소 등 연구를 직업으로 지낼 수 있는 연구자의 길은 아주 많으며 또 각자의 역할이 있다. 또, 꼭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길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떤 진로를 택하든, 여러분의 순수한 열정과 동경이 남들의 고정 관념에 의해 쉽게 좌절되거나 무시되지 않았으면 한다. 힘들고 어려운 지점이 조금씩 달라서 그렇지 어차피 모든 직업은 비슷한 정도로 힘든 것 같다. 어떤 진로를 택해도 비슷하게 힘들 거라면 기왕이면 본인의 순수한 열정이 조금이나마 보전될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삶을 택해 살길 바란다. 그래야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ALIMI 기 POSTECHIAN

기사 모아 보기
공유하기
목록

POSTECHIAN 기사 보기

[2022 봄호] 3-양자 컴퓨터의 미래

  • POSTECHIAN
  • 2022-06-10 07:02:34

2022 SPRING 기획특집

양자 컴퓨터

3. 양자 컴퓨터의 미래


지금까지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중심적으로 알아보았는데요. 지금부터는 양자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보려고 합니다. 먼저 현재 양자 컴퓨터가 마주한 한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해결방안과 관련지어서 양자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양자 컴퓨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온트랩의 한계

앞에서 주로 다룬 이온트랩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요. 바로 초전도소자나 양자점을 이용하는 다른 큐비트 제어 방식보다 연산 정확도가 높고, 연산 가능수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레이저를 이용해서 이온을 냉각하는 이러한 방식은 큐비트 수를 늘려 높은 성능을 달성하려 할수록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매우 복잡한 에너지 준위를 갖고 있는 실제 원자들을 이온트랩 방식에서 이용하려면 더 다양한 파장을 쏘는 레이저를 사용해야합니다. 또한, 이온을 퍼텐셜에 잘 가두어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이온이 도망가서 제어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제어 방식은 어떨까요? 초전도소자를 이용한 방식은 특정 임계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 Superconductivity이 일어난 물질의 전자가 양자 중첩 상태인 점을 이용합니다. 이 방식은 임계 온도 이하로 냉각하여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 회로에 전자기파를 쏘아 전류의 양자 중첩을 이용하여 큐비트를 구현하는데요. 현재까지 127개로, 가장 많은 큐비트를 사용하는 IBM의 양자 컴퓨터 Eagle과 구글의 양자 컴퓨터 Sycamore도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또한 양자점 방식은 크기가 수 나노미터로 아주 작은 반도체 입자인 양자점 Quantum Dot에 전자를 주입하고, 전자기파를 쏘아 전자의 양자 중첩을 이용하여 큐비트를 구현하는데요. 두 방식 모두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전도 현상과 양자점 제어를 위해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사용해서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기도 하고, 큐비트가 상대적으로 외부 잡음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식의 컴퓨터보다 유의미하게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뜻의 양자 우월 Quantum Supremacy을 달성하는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결정과 양자 컴퓨터

이렇게만 보면 아직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커보이는데요.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을 모두 해결할 수있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결정 Time Crystal인데요. 시간결정은 201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교수님이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먼저 결정(Crystal)은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내부 구조를 이루는 원자나 분자, 혹은 이온 등이 공간에서 주기성을 가지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격자를 이루는 고체 물질’인데요. 그렇다면 ‘시간’ ’결정’은 쉽게 생각해서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진다’는 표현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주기성(Periodicity)대칭(Symmetry)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칭’은 무엇일까요? POSTECH의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https://apctp.org에서는 물리학에서의 대칭을 ‘어떤 하나의 변화로써 변화가 일어난 뒤에도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불변(Invariant)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대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코사인 함수($y=\cos(x)$)를 생각해봅시다. 코사인 함수는 $x=0$으로 표현되는 $y$축에 대해 대칭인데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함수가 $y$축에 대해 대칭되더라도($x \rightarrow -x$), 함수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cos(-x)=\cos(x)$) 때문입니다. 이러한 대칭성은 코사인 함수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뉴턴의 운동 법칙 같은 물리학 법칙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리학 법칙들은 위의 코사인 함수와 마찬가지로, 평행이동에 대한 '공간 병진 대칭', 회전에 대한 ‘회전 대칭' 마지막으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시간 병진 대칭'을 가집니다. 이제는 반대로 대칭성이 ‘깨지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지금까지는 시스템과 물리학 법칙의 대칭만을 이야기했는데요. 그렇다면, 시스템이 물리학 법칙을 따라서 일어나는 일인, 현상들도 대칭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강자성 물질의 경우 특정 온도 이하로 냉각되면, 모든 방향에 대해 가지고 있던 회전 대칭이 깨져서 물질이 N극이나 S극을 띄는 자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현상을 자발 대칭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서, 자발 대칭 깨짐은 원래 있던 규칙(대칭)이 깨지고, 새로운 규칙이 생기는, ‘주기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일반적인 물질에 적용하여, ‘물질이 시간에 대해서 대칭이 깨지면 어떨까?’하고 생각한 것이 바로 ‘시간결정’이고 이를 다시 앞에서 표현한 대로,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프랭크 윌첵 교수는 "시간결정은 자연계에서 '시계'가 저절로 등장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간결정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 소비 없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질의 구조가 바뀐다는 것인데요. 이는 열역학 법칙을 위반하는 영구 기관에 가깝기 때문에 관측되기 전까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에 실제로 시간결정을 다이아몬드와 질소의 질소-빈자리 중심(Nitrogen-Vacancy Center)을 이용해 관측하며 치열한 논쟁을 마무리했습니다. 위와 같은 특징을 이용하면 시간결정을 양자 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양자 컴퓨터의 가장 큰 단점인 냉각을 위한 큰 에너지 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결정은 구현됨과 동시에 양자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간결정을 영상으로 촬영한 모습
https://www.youtube.com/watch?v=yArprk0q9eE

양자 컴퓨터의 활용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결정, 놀랍게도 바로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서도 구현할 수 있는데요. 이는 위에서 잠시 언급한 구글의 양자 컴퓨터 Sycamore의 성과로, 시간결정을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자 컴퓨터가 물리학 이론 연구(실험)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물리학 이론 연구 외에 어떤 분야에서 사용될까요? 단백질 구조 예측, 대규모 유체 시뮬레이션 등 정말 많은 분야가 있고, 더 생길 예정이지만 오늘은 현대 암호 체계의 큰 기반을 이루고 있는 소인수 분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소인수 분해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자연수 $N$을 두 소수 $p$, $q$의 곱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소수는 그 규칙성이 아직까지도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쉬우면서 빠른 방법은 $p$, $q$를 일일이 대입하며 알아내는 것인데요. 이 과정은 수학적인 증명을 통해서, $1=a^z \mod{N}$을 만족하는 $z$를 구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때, $n \mod{N}$은 $n$을 $N$으로 나눈 나머지를 반환하는 함수인데, 예를 들어 $10 \mod{3}$의 결과는 $1$입니다. 결국 빠른 소인수 분해를 위해서는 $1=a^z \mod{N}$을 만족하는 $z$를 빠르게 찾아야 합니다. $1=a^z \mod{N}$를 $z$에 대해 푸는 것은 다시, $f(z)=a^z \mod{N}$일 때 $f(x)=1$을 만족하는 $x$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f(z)$의 특징을 찾기 위해 주기함수의 정의를 적용하면, $f(z)$는 위에서 언급한 코사인 함수처럼 주기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begin{align} f(z+x) & = a^{(z+x)} \mod{N} \\ & = (a^z \mod{N}) \times (a^x\mod{N}) \\ & = a^z\mod{N} \\ & = f(z) \end{align} $$
이기 때문에, $f(z)$는 주기가 $x$인 주기함수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시, $f(z)$의 주기 $x$를 찾는 것으로 바뀌게 되죠. 여기서 양자 컴퓨터의 장점이 발휘됩니다.
$f(z)$의 주기 $x$는 푸리에 변환을 이용해서 찾을 수 있는데요. 양자 컴퓨터는 $2^q$ ($q$ : 큐비트의 수)만큼의 병렬연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N$에 다항식으로 비례하는 연산 횟수를, 고전적인 컴퓨터는 $N$에 지수적으로 비례하는 연산 횟수를 갖습니다. 이는 곧 양자 컴퓨터가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쇼어 알고리즘의 양자회로 구현
https://namu.wiki/w/%ED%8C%8C%EC%9D%BC:ShorAlgorithmQuantumSubroutine.png
이러한 장점을 가지려면, 약 2천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전세계 학자들이 힘을 합쳐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어서 실질적인 양자 우월을 달성하게 된다면, 인류는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과 그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전하며 이번 기획특집을 마무리하겠습니다!

ALIMI 기 POSTECHIAN

기사 모아 보기
공유하기
목록

POSTECHIAN 기사 보기

[2022 봄호] POSTECH MADs 연구실

  • POSTECHIAN
  • 2022-06-03 07:08:39

2022 SPRING 포스텍 연구실 탐방기

POSTECH MADs 연구실
Microwave Antenna, Device and System Lab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송효진, 석사과정 김지솔  
Microwave Antenna, Device and System Lab 연구실에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100GHz 이상의 고주파 통신용 반도체 집적 회로와 양자 현상을 이용하기 위한 양자 컴퓨팅용 집적 회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MADs 연구실
에 대한 더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MADs 연구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약 160여 년 전 맥스웰Maxwell에 의해 전자기파의 존재가 예언된 이후, 전자기파 기술은 꾸준히 발전되어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고, 휴대전화로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최신 음악을 무선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최신 전파 레이더를 장착한 자율 자동차는 스스로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 저 멀리 위성에 장착된 전파 망원경은 우주 끝을 관찰하거나, 지구 대기와 환경 변화를 감시하고 있다. 물론 모든 관측 데이터는 전파를 통해 다시 지구로 전송된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다양한 곳에서 전파는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선 통신 기술은 지난 2 ~ 30년간 가장 발전한 분야 중 하나이다. ‘삐삐’라고 하는 숫자 몇 개를 겨우 받을 수 있었던 수준에서, 이후 스마트폰이 탄생하면서 이 세상 인터넷이 모두 손안의 작은 무선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최신 통신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 끊김 없는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선두 통신 기업과 세계적인 연구 그룹들은 이러한 5세대를 넘어서 50 - 100배 더 빠른 6세대 이동통신 기술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의 핵심은 미지의 주파수 대역인 100GHz 이상의 테라헤르츠파 대역을 활용하는데 있다. 과연 100GHz 이상의 6세대 이동통신 개발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정보를 보내기 위해 사용되는 물리적인 통로를 채널Channel이라고 한다. 채널에서 정보가 오류 없이 보내질 수 있는 최대의 속도를 채널 용량이라고 하며, 이는 전송 매체가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전송 능력으로 볼 수 있다. 채널 용량은 그 채널의 대역폭Bandwidth에 비례하는데 대역폭은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증가하므로 수 GHz 대역에서 동작하는 4세대나, 30GHz에서 동작하는 5세대에 비해, 6세대 이동통신은 이론상 1,000Gbps의 보다 빠른 통신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초고주파를 이용한 초고속 무선 통신 기술은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순발력 있는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인공 기술로 구현된 실제와 유사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서비스나 자동차의 자율 주행, 그리고 드론의 사용이 보편화하는 미래가가까워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6세대 이동통신에 활용될 것으로 유력한 테라헤르츠파 대역은 인류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활용해 보지 못한 주파수 대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테라헤르츠 신호를 생성하거나 생성된 신호를 검출할 기술적 수단이 전무했음을 의미한다. 훨씬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에 해당하는 X-선의 경우 이미 100여 년 전 음극관을 이용해 발생시킬 수 있었던 것을 상기해 보면, 테라헤르츠파 대역 통신을 위한 연구는 어떤 의미에서 인류가 마지막 전자파 자원을 정복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주파수가 증가할수록 표피 깊이Skin Depth[각주 1]나 기생 저항Parasitic Resistance[각주 2] 및 어드미턴스Admittance[각주 3]의 영향을 크게 받아 단위 소자 하나가 낼 수 있는 전력이 낮아진다. 결국 큰 신호를 만들 수 없어 무선 통신 활용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신 테라헤르츠 송수신기 연구에서는 위상 배열 안테나Phased Array Antenna를 통한 빔포밍Beamforming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는 적은 출력을 내는 송신기를 다수 사용하여 출력은 높이고, 각 안테나에서 방사되는 전파의 위상을 조정하여 공기 중에 간섭을 일으켜 최종 전파되는 테라헤르츠파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그림1). 한편, 송수신 구조는 크게 정보 혹은 데이터를 의미하는 Baseband 신호를 최종 무선 통신 신호인 RF신호로 바로 끌어올려 사용하는Direct Conversion과 중간 주파수IF signal를 거친 이후에 RF신호로 올리는Heterodyne 구조로 나뉜다. Direct Conversion의 경우 대부분의 소자를 고주파 대역에서 사용하는데,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노이즈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잡음 성능 지표인 신호 대 잡음 비SNR : Signal-to-Noise-Ratio가 낮으며, 위상을 조정할 수 있는 대역 또한 한정적이다. 이와 달리 Heterodyne의 경우 중간 주파수에서 동작하는 소자들로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LO, IF, RF 등의 주파수 대역에서 선택적으로 위상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 주파수로 인한 다양한 간섭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만들고자 하는 송수신기의 대역폭이나 변조 방식 등을 고려하여 구조를 선택하게 된다.
본 연구실에서는 100GHz 대역 테라헤르츠파 송수신기에 기술적으로 근접한 E-밴드(60-90GHz)에서 Heterodyne 구조 송신기와 빔포밍 수신기를 개발했으며, 이를 기초로 6세대 이동통신의 후보 주파수 대역인 140GHz 대역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림 1. 다중 배열 안테나 빔포밍 송신기의 두가지 구조 및 Heterodyne 송신기 설계 사진
그림 1. 다중 배열 안테나 빔포밍 송신기의 두가지 구조 및 Heterodyne 송신기 설계 사진
 
위상 배열 시스템의 경우 300GHz에서 대략 50개 이상의 많은 양의 안테나, PA 등의 소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실에서는 적은 전력으로 효율적인 성능을 내는 소자 기술 또한 개발하고 있다(그림2). 증폭기의 위상을 맞추어 적층한 형태로 사용함으로써 보다 많은 전력을 낼 수 있도록 하고 효율을 증가시킨 적층형 전력증폭기 Stacked-PA, 안정도를 낮추는 방향의 임베딩 네트워크를 달아 파워 이득을 향상하는 이득 향상 피드백 증폭기Gain-boosting Feedback Amplifier, 공통 게이트[각주 4]의 작은 입력 임피던스[각주 5]와 적은 하모닉Harmonic[각주 6]생성의 장점을 활용한 공통 게이트 더블러Common-gate Doubler가 대표적인 예시로, 모두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저전력 고효율 소자 기술 개발
그림 2. 저전력 고효율 소자 기술 개발
 
양자 컴퓨터 기술 또한 초고주파 집적 회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복잡한 양자 현상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1, 0과 같은 숫자로 표현하기 위하여 전파를 이용하게 되는데, 여기서 사용되는 집적 회로의 성능 향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컴퓨팅에서 정보의 기본 개체가 비트인 것처럼 양자 컴퓨팅의 기본 개체를 큐비트Qubit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양자 현상에 기반한 큐비트가 만들어 내는 신호의 크기는 굉장히 미약하여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트랜지스터 기반 집적 회로 기술로는 사실상 검출이 불가능하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적으로 잡음이 Zero이 될 수 있는 파라메트릭 증폭기Parametric Amplifier를 기존 집적 회로 기술로 구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 잡음 수준이 영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수 배 이상 개선된 최고 성능 결과를 거둔 바 있다. 관련해서 파라메트릭 증폭기의 단점인 좁은 대역폭을 개선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동작 주파수를 갖는 회로 여러 개를 병렬로 연결하는 방법을 시도하였고(그림3) 측정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양자 현상을 이용하기 위한 고속의 양자 컴퓨팅 집적 회로를 개발하고 있다.
 
그림 3. 파라메트릭 증폭기 설계
그림 3. 파라메트릭 증폭기 설계

ALIMI 기 POSTECHIAN

기사 모아 보기
공유하기
목록

POSTECHIAN 기사 보기

[2022 봄호]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 4기, 강병우 교수님을 만나다!

  • POSTECHIAN
  • 2022-05-27 07:00:01

2022 SPRING 포커스

포스텍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 4기
포스텍 강병우 교수님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포커스 4기로 활동하게 된 천상고등학교 2학년 이지원입니다. 포커스 4기로서 교수님을 직접 인터뷰하고 포스테키안에 글을 쓰게 되어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차 전지와 고에너지High Energy 연구로 저명하신 신소재공학과 강병우 교수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신소재공학과에서의 이차 전지와 고에너지 연구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모든 답변을 포스테키안에 담지 못해 아쉽지만, 담으면 가장 좋을 듯한 답변을 선정해 담아 보았습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보러 가시죠!

천상고등학교 2학년 이지원





"교수님께서 요즘 떠오르고 있는 이차 전지 연구의 전문가시라고 들었는데요. 교수님께 직접 이차 전지의 활용 분야와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이차 전지는 잘 아시겠지만, 최근 반도체 다음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죠. 이차 전지라는 것은,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칼리 이온 배터리와 다르게, 충전과 방전을 둘 다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차 전지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바로 여러분들의 휴대전화죠.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고, 자동차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어요. 작동하는 원리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이차 전지에는 리튬 이온을 씁니다. 한 물질에서 리튬 이온이 나오고 다른 물질은 이를 받아주는데, 이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안으로 가고 전자가 밖으로 나오면서 전자에 의해 기기를 작동시킵니다. 과정이 되게 단순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재입니다. 어떤 소재를 쓰냐에 따라서 이차 전지의 특성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는 이차 전지가 신소재공학과와 잘 맞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고에너지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에너지 연구가 다른 에너지 연구와 다른 점과 이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쓰는데 오늘 쓰고 나면 내일도 충전을 해야 해요. 그런데 만약에 고에너지 이차 전지가 있으면 충전을 안 해도 되겠죠. 가장 큰 이유가 그겁니다. 기기를 한 번 충전해서 더 오래 쓰고 싶은데 특정한 부피 안에 들어가는 에너지 용량은 정해져 있어서, 그보다 더 큰 용량을 얻으려면 내부를 구성하는 소재의 개발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주로 고에너지 이차 전지를 만들기 위해서 내부를 구성하는 소재, 리튬을 많이 가진 물질을 만듭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이차 전지에 리튬 이온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면 어떤 일이 생길 것 같나요? 우선 이온이 들어왔다 나감에 따라 부피 변화가 계속 생기죠. 실제로 이에 따라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 충전을 해도 오래 못 쓰는 그런 일이 발생하죠. 휴대폰을 1년 반 정도 쓰면 충전해도 금방 배터리가 닳았던 경험 있을 거예요. 그게 바로 소재의 구조적 변화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전반적으로 오래 쓸 수 있는 고에너지입니다. 또, 고에너지가 많이 연관된 분야는 자동차 산업입니다. 한 번의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야 하는데 중간에 계속 충전해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고에너지 이차 전지가 개발되면 한 번의 충전으로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최근 배터리와 이차 전지가 상당히 유망하다고 알고 있는데, 미래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연구는 또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이차 전지와 배터리는 결론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근데 배터리 중 일부가 이차 전지고 또 하나는 우리가 쓰는 알칼리 이온 배터리 같은 일차 전지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제가 예측하는 바로는, 이차 전지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장할 에너지를 생산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원자력에서 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면 그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지만, 원자력이 아닌 연료 전지나 태양 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에너지 플러스 저장 장치, 이차 전지를 계속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차 전지의 연구는 계속 지속될 것 같습니다. 또한 자동차가 전동화되면 단순히 전지를 쓰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모빌리티Connected Mobility가 등장해 저희의 생각과 다른 형태의 사회로 변화해 전지가 모바일 파워 소스Mobile Power Source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신소재공학과 강병우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이차 전지와 고에너지 연구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는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시고, 모든 질문에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 강병우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교수님과의 인터뷰뿐만 아니라 체인지업그라운드CHANGeUP GROUND 투어까지 보실 수 있으니, 꼭 확인해 주세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해 주신 알리미분들과 강병우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ALIMI 기 POSTECHIAN

기사 모아 보기
공유하기
목록

POSTECHIAN 기사 보기

[2022 봄호] 공대생 진로 탐험기

  • POSTECHIAN
  • 2022-05-13 07:01:24

2022 SPRING 포라이프

공대생 진로 탐험기
5급 기술고시 사무관이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때,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그려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IT융합공학과 17학번 여정모
안녕하세요. 2021년도 5급 공채 기술직렬에 최종 합격한 17학번 IT융합공학과 여정모라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이 기술고시라는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이공계 진로 중 하나인 기술고시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 제가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는지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자 하니, 이 길에 뜻이 있는 분들이라면 참고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기술고시란 무엇인가,
5급 사무관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기술고시란 크게 5급 공채시험의 일종으로 5급 사무관을 선발하는 시험입니다. 5급 공채에는 크게 행정고시(행정직), 외무고시(외무직), 기술고시(기술직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사 자격증 2급 이상, 토익이나 토플 공인영어성적을 일정 점수 이상 취득해 응시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이후 3월 초에 보게 되는 1차 시험, 소위 공무원적성시험인 PSAT을 응시하게 되며, 여기서 최종 합격자의 7배수 정도가 선발됩니다. 2차 시험은 보통 6월 말 ~ 7월 중순 사이에 시험이 치러지며, 기술직렬의 경우에는 필수 과목 3과목과 선택 과목 1과목을 포함한 총 4과목을 논술형 시험으로 치른 뒤 면접이라는 마지막 절차를 통해 선발됩니다. 그 후 입직하게 되면 중간 관리자로서 정부 기관에 소속되어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과 같이 굵직한 정부정책기획단계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는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중앙 부처 소관의 수많은 법이 존재하고 그 법에는 또 수많은 이슈가 엮여 있습니다.
사무관들은 이러한 내용을 소관 공기업/공공기관부터 시작해 협회/연구원/교수집단 등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한마디로, 법/제도/사업의 실무 책임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술고시를 준비하게 된 이유?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학부 공부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전자전기공학과 수업을 많이 들으면서 전기 전공 과목에 대한 흥미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기술고시라는 시험을 알게 되었고, 제가 공부해 놓은 전자전기공학과 과목들을 베이스로 활용해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큰 메리트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이 시험을 합격해 입직하게 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굵직한 정부 부처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완전히 이공계에 치우쳐진 진로가 아닌 이공계 전공을 살려 행정직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법의 현황과 문제점 파악, 국민과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 분석
(미래)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 기획, 소요 재원 등 기회비용 파악
(기타) 국회에서의 입법 동향 및 대응 방안

기술고시 준비 과정

전기기기 과목 필사 내용

저는 2020년도 1학기까지 끝낸 후 본격적으로 이 시험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본가에서 공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여 고시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신림으로 올라가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1차 시험의 경우에는 헌법 과목과 모의고사 시즌에 강의를 학원에서 몇 개 수강하였으며, 그 외의 대부분의 시간은 2차 공부에 초점을 맞추어서 공부하였습니다. 기술고시라는 시험의 특성상 2차 시험은 학원이나 인강이 전무하며 대부분의 수험생이 독학으로 공부합니다. 저는 전기직렬로 시험을 응시했기 때문에 필수 과목으로 전기자기학, 전기기기, 회로이론을, 그리고 선택 과목으로는 자동제어를 선택했습니다. 이 당시에 제가 베이스가 있었던 과목은 전기자기학과 회로이론이였고 전기기기와 자동제어는 원서를 보며 독학하였습니다. 과목별로 봤던 기본서들을 나열해 보자면 전기자기학의 경우에는 CHENG 전자기학, 그리피스 전자기학, 옛날 합격자 선배들이 제작한 SUBNOTE를 두 권 정도 참고하여 공부하였습니다.
회로이론 답안지 필사 내용

전자기학이라는 과목은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과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범위가 넓으며 문제의 난도들 또한 연도별로 격차가 커 최대한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이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로이론의 경우엔 테마회로이론, 양진목회로이론, 닐슨회로이론, 신회로이론, 이정렬 회로이론 모의고사를 참고하였습니다. 회로이론의 경우에는 한번 공부를 해놓으면 점수 낙폭이 적기 때문에 보통 회로이론에서 고득점을 노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며, 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부하였고 작년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필수 과목인 전기기기 또한 공부량이 많은 과목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변압기, 직류기,유도기, 동기기 등 나오는 파트는 정해져 있고, 이 기기들 간의 차이점과 동작 원리 등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시면 더욱 쉽게 이해하면서 공부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과목을 공부할 땐 SEN 전기기기, SARMA 전기기기, CHAPMAN 전기기기, HUBERT 전기기기 등의 원서를 참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동제어 과목의 경우에는 가장 부담이 적은 과목 중 하나입니다. 선택 과목이기도 하고, 변리사 시험에서도 이 과목이 나오기 때문에 공부할 자료가 많이 있고 강의도 잘 되어있는 편이라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수험 기간 중 스트레스 관리

고시를 준비하면서 외롭고 공부가 잘 안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저는 평균적으로 월-토 주 6일을 공부하고 일요일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헬스와 같은 운동을 주 2회 정도는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수험 생활은 장기간 레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건강 관리 방법을 정립해 두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차 시험을 앞두고 슬럼프가 온 적이 있는데, 이럴 땐 하루에 해야 할 최소한의 공부량만 정해두고 그것을 끝내면 스스로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해서, 그나마 슬럼프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했던 독서실 모습

나가며...

우리 학교 특성상, 이 기술고시라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우분들의 숫자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기술직렬뿐만 아니라 행정직렬에도 합격자를 배출한 데 이어서, 올해도 2명의 합격자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고시라는 시험 특성상, 시험에 대한 정보가 너무 한정적이고 극소수만을 뽑는 시험이기에, 수험 생활에 대한 리스크가 커 관심을 가진 소수의 학우분이 아니면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작년 합격자 선배들이 고시를 준비하는 학우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정보 교류 단톡방 을 만들고 최대한 고시에 대한 정보를 나누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작년 시험 준비 당시 우리 학교 선배들에게 수험 생활 중 고민이나 공부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때마다 선배들께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래의 학우분들과 선배님들 중 이 시험 준비 전후로 고민이나 궁금한 점이 생기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저도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제 글을 통해서 기술고시라는 시험이 어떤 것인지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우분들도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때,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그려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ALIMI 기 POSTECHIAN

기사 모아 보기
공유하기
목록

POSTECHIAN 기사 보기

[2022 봄호] 나에게 공학도란

  • POSTECHIAN
  • 2022-05-13 07:00:30

2022 SPRING CREATIVE POSTECHIAN

나에게 공학도란
Important abilities for the engineering student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은 넓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몸으로 직접 체험한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니, 꼭 부딪혀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배움의 여정 끝에 당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기계공학과 17학번 유지호
안녕하세요! 저는 전자전기공학과 CoCEL Computing and Control Engineering Lab [링크]CoCEL연구실에서 LiDAR1를 공부하면서,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HYBO에서 일하고 있는 유지호입니다.
여러분은 좋은 공학자가 가져야 하는 소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대부분 과학과 기술에 관련된 내용일 것입니다. 저는 여기 한술 더 떠서,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성공한 공학자와 그렇지 못한 공학자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인 ‘시장’이 공학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대학에 막 입학한 저는 오직 과학과 기술에만 관심이 있는 소위 진성 공대생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조종기로 RC 비행기를 날리고 싶어 로봇 동아리Power-On[링크]Power-On 동아리 에 가입했고 밤낮으로 동아리방에 틀어박혀 정말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동아리 탐방 전시회를 위해 동아리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악기를 연주하는 로봇을 만들기도 하고 자작 조종기로 비행기를 날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로봇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발실력이 늘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게 되더군요. 하지만 개발자가 아닌 연구자를 꿈꾸고 있었기에 동아리 지도 교수님 연구실에서 2학년이라는 꽤 이른 시기에 연구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 참여를 하면서 세상을 수학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이용해 대상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고 그 상태를 추정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를 더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때 제 가치관과 인생을 바꾸는 일이 일어납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아리 선배들이 LiDAR를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인 HYBO [링크]HYBO 홈페이지를 창업했는데 일손이 필요하니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평소 창업엔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소위 ‘공돌이’였던 저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보단 연구에 더 적성이 맞는 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연구라고 물건을 파는 것과 관계가 없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DIY_RCTransmitter_v4

저는 이렇게 HYBO에 입사한 후 정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LiDAR 광학계를 비롯한 PCB, 케이스 조립에 필요한 장비를 설계 및 제작하는 일을 주로 수행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로봇을 만드는 업무만 한 것이 아니라 행정, 영업 업무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정부 및 기업 과제를 위한 과제 제안서를 쓰거나 투자를 위한 발표 자리에 가기도 하고, 여러 전시회에 참관하여 회사를 홍 보하거나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국내 행사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해외에도 몇 번 갔었는데,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링크]CES를 갔던 것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https://postechian.postech.ac.kr/wp-content/uploads/2022/05/KakaoTalk_20220320_223156604.jpg

CESCustomer Electric Show세계 최대 규모의 ICT 박람회로, 삼성, 구글 등 국내외 대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 기업도 참가해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등 영향력이 있는 전시회입니다. 마침 HYBO가 신제품 해외 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CES에 부스를 차리게 되었고, 제가 부스 관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모든 것이 엄청 크고 많았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지평선 넘어 보이는 돌마저도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저희가 있던 Eureka Park홀은 스타트업 기업만 모여 있는 전시관이었음에도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보다 더 컸고, 이러한 홀이 여러 개 더 있어 멀리 떨어진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선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제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HYBO가 만드는 LiDAR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사용되는 장거리 LiDAR와 다르게, 30m 이내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거리를 줄인 대신 FoVField of View2와 내구도를 높이면서 가격을 대폭 낮춘 LiDAR로, 로봇이나 안전 센서 분야를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 시장 조사를 하면서는 과연 로봇이나 안전 센서가 매력적인 시장일지 와닿지 않았는데, 전시회 기간 동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로보틱스나 보안 분야의 사람들이 왔고 심지어 지금 바로 구매가 가능한지 물어보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시장조사의 중요성과 시장이 원하는 건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제품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자원 공사 사장님과 삼성전자 사장님께서 저희 부스에 오셔서 제품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 좋은 반응을 해 주신 것도 나름의 성과라면 성과네요.

글을 쓰면서 지난 5년을 돌아보니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하는, 흔히 ‘멋진’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슈퍼카와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사람들은 이 두 자동차가 현대 공학 기술의 결정체라고 생각하지요. 이에 반해 이름부터 ‘국민 자동차’인 폭스 바겐은 그냥 자동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경영난 끝에 폭스바겐 그룹에 인수된 회사입니다.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자동차를 가장 효율적으로 잘 팔리도록 만드는 기술은, 서로 다른 기술이지 어떤 하나가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더 필요한 기술을 잘 적용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역할이지요. 그런 이유에서 저는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공학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겠지요.

제가 학부 과정 동안 배운 가장 큰 교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은 넓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몸으로 직접 체험한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니, 꼭 부딪혀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세요. 잘 찾아보면 학교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 사업이 꽤 많을뿐더러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배움의 여정 끝에 당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파이팅입니다!

ALIMI 기 POSTECHIAN

기사 모아 보기
공유하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