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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3-양자 컴퓨터의 미래

  • POSTECHIAN
  • 2022-06-10 07:02:34

2022 SPRING 기획특집

양자 컴퓨터

3. 양자 컴퓨터의 미래


지금까지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중심적으로 알아보았는데요. 지금부터는 양자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보려고 합니다. 먼저 현재 양자 컴퓨터가 마주한 한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해결방안과 관련지어서 양자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양자 컴퓨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온트랩의 한계

앞에서 주로 다룬 이온트랩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요. 바로 초전도소자나 양자점을 이용하는 다른 큐비트 제어 방식보다 연산 정확도가 높고, 연산 가능수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레이저를 이용해서 이온을 냉각하는 이러한 방식은 큐비트 수를 늘려 높은 성능을 달성하려 할수록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매우 복잡한 에너지 준위를 갖고 있는 실제 원자들을 이온트랩 방식에서 이용하려면 더 다양한 파장을 쏘는 레이저를 사용해야합니다. 또한, 이온을 퍼텐셜에 잘 가두어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이온이 도망가서 제어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제어 방식은 어떨까요? 초전도소자를 이용한 방식은 특정 임계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 Superconductivity이 일어난 물질의 전자가 양자 중첩 상태인 점을 이용합니다. 이 방식은 임계 온도 이하로 냉각하여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 회로에 전자기파를 쏘아 전류의 양자 중첩을 이용하여 큐비트를 구현하는데요. 현재까지 127개로, 가장 많은 큐비트를 사용하는 IBM의 양자 컴퓨터 Eagle과 구글의 양자 컴퓨터 Sycamore도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또한 양자점 방식은 크기가 수 나노미터로 아주 작은 반도체 입자인 양자점 Quantum Dot에 전자를 주입하고, 전자기파를 쏘아 전자의 양자 중첩을 이용하여 큐비트를 구현하는데요. 두 방식 모두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전도 현상과 양자점 제어를 위해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사용해서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기도 하고, 큐비트가 상대적으로 외부 잡음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식의 컴퓨터보다 유의미하게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뜻의 양자 우월 Quantum Supremacy을 달성하는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결정과 양자 컴퓨터

이렇게만 보면 아직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커보이는데요.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을 모두 해결할 수있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결정 Time Crystal인데요. 시간결정은 201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교수님이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먼저 결정(Crystal)은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내부 구조를 이루는 원자나 분자, 혹은 이온 등이 공간에서 주기성을 가지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격자를 이루는 고체 물질’인데요. 그렇다면 ‘시간’ ’결정’은 쉽게 생각해서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진다’는 표현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주기성(Periodicity)대칭(Symmetry)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칭’은 무엇일까요? POSTECH의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https://apctp.org에서는 물리학에서의 대칭을 ‘어떤 하나의 변화로써 변화가 일어난 뒤에도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불변(Invariant)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대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코사인 함수($y=\cos(x)$)를 생각해봅시다. 코사인 함수는 $x=0$으로 표현되는 $y$축에 대해 대칭인데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함수가 $y$축에 대해 대칭되더라도($x \rightarrow -x$), 함수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cos(-x)=\cos(x)$) 때문입니다. 이러한 대칭성은 코사인 함수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뉴턴의 운동 법칙 같은 물리학 법칙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리학 법칙들은 위의 코사인 함수와 마찬가지로, 평행이동에 대한 '공간 병진 대칭', 회전에 대한 ‘회전 대칭' 마지막으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시간 병진 대칭'을 가집니다. 이제는 반대로 대칭성이 ‘깨지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지금까지는 시스템과 물리학 법칙의 대칭만을 이야기했는데요. 그렇다면, 시스템이 물리학 법칙을 따라서 일어나는 일인, 현상들도 대칭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강자성 물질의 경우 특정 온도 이하로 냉각되면, 모든 방향에 대해 가지고 있던 회전 대칭이 깨져서 물질이 N극이나 S극을 띄는 자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현상을 자발 대칭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서, 자발 대칭 깨짐은 원래 있던 규칙(대칭)이 깨지고, 새로운 규칙이 생기는, ‘주기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일반적인 물질에 적용하여, ‘물질이 시간에 대해서 대칭이 깨지면 어떨까?’하고 생각한 것이 바로 ‘시간결정’이고 이를 다시 앞에서 표현한 대로, ‘시간에서 주기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프랭크 윌첵 교수는 "시간결정은 자연계에서 '시계'가 저절로 등장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간결정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 소비 없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질의 구조가 바뀐다는 것인데요. 이는 열역학 법칙을 위반하는 영구 기관에 가깝기 때문에 관측되기 전까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에 실제로 시간결정을 다이아몬드와 질소의 질소-빈자리 중심(Nitrogen-Vacancy Center)을 이용해 관측하며 치열한 논쟁을 마무리했습니다. 위와 같은 특징을 이용하면 시간결정을 양자 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양자 컴퓨터의 가장 큰 단점인 냉각을 위한 큰 에너지 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결정은 구현됨과 동시에 양자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간결정을 영상으로 촬영한 모습
https://www.youtube.com/watch?v=yArprk0q9eE

양자 컴퓨터의 활용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결정, 놀랍게도 바로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서도 구현할 수 있는데요. 이는 위에서 잠시 언급한 구글의 양자 컴퓨터 Sycamore의 성과로, 시간결정을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자 컴퓨터가 물리학 이론 연구(실험)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물리학 이론 연구 외에 어떤 분야에서 사용될까요? 단백질 구조 예측, 대규모 유체 시뮬레이션 등 정말 많은 분야가 있고, 더 생길 예정이지만 오늘은 현대 암호 체계의 큰 기반을 이루고 있는 소인수 분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소인수 분해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자연수 $N$을 두 소수 $p$, $q$의 곱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소수는 그 규칙성이 아직까지도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쉬우면서 빠른 방법은 $p$, $q$를 일일이 대입하며 알아내는 것인데요. 이 과정은 수학적인 증명을 통해서, $1=a^z \mod{N}$을 만족하는 $z$를 구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때, $n \mod{N}$은 $n$을 $N$으로 나눈 나머지를 반환하는 함수인데, 예를 들어 $10 \mod{3}$의 결과는 $1$입니다. 결국 빠른 소인수 분해를 위해서는 $1=a^z \mod{N}$을 만족하는 $z$를 빠르게 찾아야 합니다. $1=a^z \mod{N}$를 $z$에 대해 푸는 것은 다시, $f(z)=a^z \mod{N}$일 때 $f(x)=1$을 만족하는 $x$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f(z)$의 특징을 찾기 위해 주기함수의 정의를 적용하면, $f(z)$는 위에서 언급한 코사인 함수처럼 주기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begin{align} f(z+x) & = a^{(z+x)} \mod{N} \\ & = (a^z \mod{N}) \times (a^x\mod{N}) \\ & = a^z\mod{N} \\ & = f(z) \end{align} $$
이기 때문에, $f(z)$는 주기가 $x$인 주기함수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시, $f(z)$의 주기 $x$를 찾는 것으로 바뀌게 되죠. 여기서 양자 컴퓨터의 장점이 발휘됩니다.
$f(z)$의 주기 $x$는 푸리에 변환을 이용해서 찾을 수 있는데요. 양자 컴퓨터는 $2^q$ ($q$ : 큐비트의 수)만큼의 병렬연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N$에 다항식으로 비례하는 연산 횟수를, 고전적인 컴퓨터는 $N$에 지수적으로 비례하는 연산 횟수를 갖습니다. 이는 곧 양자 컴퓨터가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쇼어 알고리즘의 양자회로 구현
https://namu.wiki/w/%ED%8C%8C%EC%9D%BC:ShorAlgorithmQuantumSubroutine.png
이러한 장점을 가지려면, 약 2천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전세계 학자들이 힘을 합쳐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어서 실질적인 양자 우월을 달성하게 된다면, 인류는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과 그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전하며 이번 기획특집을 마무리하겠습니다!

ALIMI 기 POSTECH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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