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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1-양자 역학과 벨 부등식

  • 조윤경
  • 2022-06-10 07:00:41

3월 22일,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양자 컴퓨터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연구해온 스타트업인 샌드박스AQ https://www.sandboxaq.com를 분사했습니다. 이는 양자 컴퓨터 관련 기술과 시장의 가능성이 크게 발전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고전역학과 상반되는 결과를 갖는 미시세계의 물리인, 양자 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컴퓨터입니다. 양자 컴퓨터 역시 결국 컴퓨터이기 때문에 고전적인 컴퓨터의 비트(Bit)에 대응되는 정보의 기본 단위가 있는데요. 이를 큐비트(Qubit)라고 하며 이를 구현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양자 컴퓨터도 한계가 있는데요. 그 해결방안과 양자 컴퓨터의 활용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알아보기 전에 양자 컴퓨터의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양자 역학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22 SPRING 기획특집

양자컴퓨터

1. 양자 역학과 벨 부등식


다들 양자 컴퓨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양자 컴퓨터는 말 그대로 양자 역학적 물리 현상을 통해 연산을 수행하는 기계인데요. 최근에는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릴 계산을 양자 컴퓨터로 200초 안에 수행하여 소위 양자 우월성을 보인 논문이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되기도 하며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가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수억 배는 빠른 연산 속도를 가질 수 있어 ‘꿈의 컴퓨터’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어떠한 원리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연산을 가능하게 할까요? 이번 기획특집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바탕이 되는 양자 역학의 기본 개념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양자 역학과 이중 슬릿 실험

양자 컴퓨터란 양자 역학의 개념을 적용한 컴퓨터입니다. 그렇다면 양자 역학이란 무엇일까요? 양자 역학에 앞선, 물리학에서 가장 역사가 긴 연구 분야가 있는데요. 바로 뉴턴의 운동 법칙을 근간으로 하는 고전역학입니다. 우리 주변의 물체들, 즉 거시세계는 고전역학의 원리를 따릅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과도,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도 말이죠! 그렇다면 미시세계는 어떨까요? 원자 속의 전자처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원리가 양자 역학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이중 슬릿 실험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과 물질의 이중성
https://brunch.co.kr/@hyeon00203/12
이중 슬릿 실험은 그림과 같이 미세한 두 개의 틈이 있는 이중 슬릿과 그 뒤의 스크린으로 구성됩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토마스 영은 이 이중 슬릿에 빛을 쏘는 실험을 했습니다. 만약 빛이 입자라면 이중 슬릿의 모양대로 두 개의 무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러나 실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스크린에는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에 의한 간섭무늬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당시 팽배하던 뉴턴의 주장, 즉 빛의 입자설을 완전히 뒤집었고 빛의 파동설이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됩니다. 나중에는 아인슈타인의 빛의 광전 효과 실험을 통해 빛의 입자성 또한 증명되며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가진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중 슬릿 실험의 의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세기에는 데이비슨과 거머가 전자총을 이중 슬릿에 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전자는 질량과 크기를 가지는 명백한 입자이기에 스크린에는 슬릿의 두 줄 무늬가 나타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험 결과, 전자 또한 빛과 같이 간섭무늬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전자 입자가 간섭무늬를 만들 수 있는 파동이며,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더욱 기묘한 점은 전자를 쏜 후 그 경로를 검출기로 관측하면 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전자가 입자처럼 하나의 경로를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슬릿의 두 줄 무늬가 나타난 것이죠. 즉, 전자 또한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 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은 이중성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어떻게 물질이 입자이자 파동일 수 있는 걸까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죠? 그러나 물질은 이중성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실험 결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것이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자들의 현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 역학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죠! 이러한 양자 역학에 근간이 되는 핵심 원리가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양자 중첩 Quantum Superposition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입니다. 먼저 양자 중첩이란 미시 세계에서 양자의 두 가지 이상의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입니다. 다음으로 양자 얽힘이란 양자들의 물리적인 거리와 관계없이 각 양자의 상태 결정에 서로가 영향을 주는 현상입니다. 개념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고요? 그러면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영희와 제주도에 있는 철수가 빨간 공 하나와 파란 공 하나를 나눠 가진다고 해봅시다. 영희가 빨간 공을 가지면 철수는 파란 공을, 반대로 영희가 파란 공을 가지면 철수는 빨간 공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죠. 누군가가 영희나 철수가 가지고 있는 공의 색을 관측하기 전까지는 영희와 철수 모두 빨간 공과 파란 공을 양손에 들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즉, ‘영희는 빨간 공, 철수는 파란 공’인 상태와, ‘영희는 파란 공, 철수는 빨간 공’인 상태, 이 두 가지 상태가 중첩된 상태를 지니는 것입니다. 이 현상이 바로 양자 중첩입니다. 자, 이번에는 누군가가 지나가다 영희를 관측했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영희가 가진 공의 상태함수는 하나로 붕괴하여 결정되고, 동시에 철수의 공 상태도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이렇게 두 가지 가능한 상태가 관측을 통해 한 가지 상태로 변환되는 것을 ‘붕괴’라고 합니다. 한 양자의 상태가 관측되어 결정된다면, 그와 동시에 다른 한 양자의 상태도 붕괴하면서 즉시 하나로 결정됩니다. 비록 영희가 서울에 있고, 철수가 제주도에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말이죠. 양자 상태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와 관계없이 서로의 상태가 얽혀있는 현상이 바로 양자 얽힘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양자 역학 가설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입니다. 그들은 한 양자의 상태가 관측되어 결정되었을 때, 이 정보가 빛보다 빠르게 전달되어 다른 양자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양자 얽힘을 부정하였으며, 이러한 주장을 저자들의 이름을 따서 EPR 역설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이라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시에 양자 상태를 어느 시점에서 결정하는 ‘숨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벨 부등식

1964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존 스튜어트 벨은 ‘벨 정리(Bell’s Theorem)’를 발표합니다. 벨은 숨은 변수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EPR 사고 실험을 고안하였습니다. 그는 스핀 상태가 서로 얽혀 있는 두 전자가 있다 가정하고, 각 전자를 관측하여 그 결과값이 어느정도 서로 상관이 있는지를 수치화한 상관함수를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EPR 역설의 주장대로 숨은 변수가 존재한다면 아래와 같은 벨 부등식 Bell’s Inequality을 만족해야 함을 보였습니다.
$$ 1 + P(\vec{b}, \vec{c}) \geq \left\lvert P(\vec{a}, \vec{b}) - P(\vec{a}, \vec{c}) \right\rvert $$

$\vec{a}, \vec{b}, \vec{c}$ : 양자 상태를 관측하는 방향 벡터

$P(\vec{a}, \vec{b})$ : 양자의 $\vec{a}$ 측정 방향에 대한 측정값과 $\vec{b}$ 측정 방향에 대한 측정값의 곱의 평균 (=상관함수, correlation function)

벨 부등식의 가정- 스핀의 세 관측 방향
https://blog.naver.com/sayment/222637240878
과학자들은 이후 벨 부등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수없이 시도하였습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검증 실험 중 하나가 아스페 실험입니다. 아스페 실험에서는 칼슘 원자를 레이저로 쏴 쌍둥이 광자1를 만들어 낸 다음, 각각의 광자를 반대 방향에 있는 두 개의 편광 필터를 통과시켜 감지기에서 서로 다른 각도를 가지는 네 개의 편광을 측정하였습니다.
아스페 실험의 모식도
http://www.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4823
이때 실험은 아래와 같이 벨 부등식을 일반화한 CHSH 부등식을 따릅니다.
$$ \left\lvert P(\vec{a}, \vec{b}) - P(\vec{a^{'}}, \vec{b}) - P(\vec{a}, \vec{b^{'}}) - P(\vec{a^{'}}, \vec{b^{'}}) \right\rvert \leq 2 $$
그리고 실험 결과가 부등식을 위반하는 것을 보여, 결국 EPR 역설과 양자 역학 간의 세기의 논쟁은 양자 역학의 승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는 곧 양자 상태를 결정하는 숨은 변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양자 역학을 부정하기 위해 내세운 벨 부등식이 역설적으로 양자 역학의 강력한 근거가 됐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지금까지 양자 컴퓨터의 기반이 되는 양자 역학 개념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양자의 여러 상태가 공존하는 양자 중첩의 원리가 양자 컴퓨터 작동의 기본 개념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양자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NEXT] 기획특집 ② - 양자컴퓨터와 큐비트

ALIMI 27기 무은재학부 조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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