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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즉석밥에 숨은 과학

  • 이승은
  • 2022-05-20 07:00:04

2022 SPRING SCIENCE BLACK BOX

즉석밥에 숨은 과학
The science inside Instant Rice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즉석밥! 몇 분 만에 뚝딱 데울 수 있어 편리한 데다가, 밥솥에 지은 밥보다 오히려 더 맛있을 때도 있는데요. 즉석밥의 맛과 용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것들일지 함께 알아봅시다.

#1. 밥맛을 어떻게 살릴까?

즉석밥 밥맛의 비결은 열전달에 있습니다. 쌀에 열이 잘 전달될수록 쌀이 잘 익어 맛있는 밥이 되는 것이죠. 즉석밥은 대용량으로 지은 밥을 용기에 옮겨 담은 것이 아니라, 1인분씩 짓는 돌솥 밥처럼 용기 하나하나가 밥솥 역할을 합니다. 즉석밥 용기에 씻은 쌀과 물을 담은 뒤 윗면을 밀봉하여 밥을 짓고 뜸을 들이는 식인데요. 이렇게 작은 용기에 밥을 소량 짓기 때문에 밥 전체에 열이 고르게 전달됩니다. 또, 즉석밥을 자세히 살펴보면 밥 표면에 마치 연탄구멍 같은 홈들이 패여 있습니다. 이는 즉석밥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짐판으로 밥을 누르며 구멍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다짐판으로 밥을 누르면 쌀과 쌀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서 열전도가 더 잘 되어, 밥맛이 좋아집니다. 즉석밥을 만드는 온도는 약 140°C 정도로, 일반 냄비와 압력밥솥에서 밥을 짓는 온도인 99°C와 117°C보다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서 밥이 빠르게 지어지는데요, 이를 두고 호화 속도가 빠르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호화Gelatinization쌀을 이루는 전분이 열과 수분을 만나 밥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호화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즉석밥의 경우, 쌀에 더 많은 수분이 포함되어 찰기 있는 밥이 완성됩니다.
그림 1. 다짐판으로 밥에 구멍을 만드는 과정
#2. 용기 바닥은 왜 오목할까?
즉석밥 용기의 바닥은 일반 밥그릇과 달리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데요, 혹시 이 구조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으신가요? 밥의 양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예상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즉석밥 용기가 찌그러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즉석밥을 만들 때, 각 용기에서 쌀을 다 익힌 후에는 밥을 식힙니다. 즉석밥 바닥이 오목한 이유는 이 과정에 숨어있습니다. 밀폐된 용기 속에서 뜨거운 밥이 식으면 내부 공기의 부피가 감소합니다. 이때 용기 모든 곳에서 음압 현상이 발생합니다. 음압Negative Pressure이란 대기압보다 낮으면서 절대압력 0보다 높은 0~1atm의 압력을 뜻하며, 부압이라고도 불립니다. 밥이 식을 때 용기 내부 압력보다 용기 밖 압력인 대기압이 더 높으므로, 용기가 안쪽으로 찌그러지기 쉽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용기 바닥의 가운데 부분을 아래로 오목하게 하여, 찌그러질 곳을 미리 정해 둔 것입니다. 그 부분 외에는 찌그러지지 않도록 용기의 벽면을 각지게 만들어 지지대를 넣었습니다. 음압 현상이 나타날 때 바닥 부분이 용기 내부로 움푹 들어가는 변형 외에는 외형의 변화가 없는 것이죠. 예전에는 용기 모양의 변화를 막기 위해 용기를 두껍게 만들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이 너무 많아지는 문제점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바닥이 오목한 용기는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때도 이점이 됩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에 열을 전달하는데, 마이크로파가 도달하여 열을 전달할 수 있는 깊이는 약 3cm 정도입니다. 즉석밥 용기의 바닥이 오목하지 않다면 이 거리상의 한계 때문에 밑바닥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밑바닥까지 열을 전달하기 위해 밥을 오래 데우면 수분이 증발하여 마른 밥이 되어 버립니다. 오목한 바닥 덕에 마이크로파가 밥 전체에 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죠. 용기 바닥의 오목한 부분 주변을 잘게 둘러싸고 있는 주름이 마이크로파 투과를 돕는 효과까지 더해, 짧은 조리 시간으로 밥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데워 줍니다.
그림2. 즉석밥 용기 바닥의 오목 구조와 각진 벽면
#3. 어떻게 오래 보관할까?
지금까지 알아본 것만 해도 즉석밥 용기는 충분히 많은 과학적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용기에는 즉석밥의 근본적인 장점이 되는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숨어 있답니다. 보관해 뒀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 데워 먹을 수 있으려면 즉석밥을 원래 상태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석밥 용기는 삼중 구조로 되어 있어 외부의 공기가 완벽하게 차단되고, 내부의 냄새가 새어 나가는 일도 없습니다. 용기 외부와 내부를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방부제 없이도 약 9개월 동안 상태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즉석밥의 뚜껑 역할을 하는 껍질은 접착층, 산소 차단층, 강도 보강층, 인쇄층의 얇은 >네 개의 층을 겹쳐 놓은 형태입니다. 이 덕에 외부로부터 산소를 차단하고 외력도 견뎌낼 수 있으므로, 원래 상태를 유지하기에 용이합니다. 지금까지 즉석밥의 밥맛을 살리는 효과적인 열전도 방식과 용기가 찌그러지지 않게 하고 원래 상태를 오랫동안 보존하도록 고안된 즉석밥 용기의 특성을 알아보았습니다. 소비자인 우리에게는 즉석밥이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지만, 이번 SCIENCE BLACK BOX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의 산물인지 엿볼 수 있었을 겁니다. 여러분도 훗날 어떤 일을 하든, 여러분이 속한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ALIMI 26기 전자전기공학과 이승은

예비 포스테키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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