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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따스함, 차가움 그리고 접촉

  • 최건우
  • 2022-04-29 06:00:48

2022 SPRING Hello Nobel
노벨상
따스함, 차가움 그리고 접촉
2021 노벨 생리의학상


데이비드 줄리어스 David Julius

UCSF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아뎀 파타푸티안 Ardem Parapoutian

Scripps Research

지난 2021년 10월 4일, 노벨 생리의학상은 데이비드 UCSF 교수 데이비드 주니어스와 캘리포니아주 라호야 소재의 스크립스 연구소의 아르뎀 파타푸티안 교수에게로 돌아갔다. 두 수상자는 각각 열에 반응하는 생명체의 메커니즘과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인간의 신호 교환의 과정을 풀어냈다고 평가된다.

생명체의 존속과 지각(知覺, Perception)

한 개의 세포로 구성된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과 같은 다세포 진핵생물까지, 모든 생명체는 주변을 인식하고, 이에 적응하거나 극복하는 자체적인 과정을 거쳐 목숨을 유지한다. 즉, 생명체와 주위의 정보 전달 과정은 생명체의 본질과 삶에 있어서 주요한 문제다. 특히 인간에게는 오감이라고 부르는 다섯 가지의 감각이 존재하여 주변을 인지할 수 있다.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까지 대중적으로 감각을 다섯 가지로 나누지만, 이 중 촉각은 단순히 한가지 감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언가가 닿는 느낌부터 따뜻하고 차가움, 압박감과 고통과 같은 감각들이 모여 촉각이라는 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의 발전에 의해 우리가 느끼는 감각은 감각 기관으로부터 만들어진 전기 신호가 뉴런, 즉 신경세포를 거쳐 뇌에 전달되는 과정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감을 인지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감각 기관에서 어떻게 외부의 변화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전달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이 그 의미를 가진다.
열을 감지하는 수용체 TRPV1과 TRPM8의 작동 과정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5139

온도와 기계적 압박감 이해의 열쇠, TRPV1과 Piezo1

2021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두 연구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노벨상을 받을만한 업적을 만들었다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데이비드 줄리어스는 매운맛을 내는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진 캡사이신이 작열감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연구하였다. 매운맛이 사실은 맛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 당시에도 캡사이신이 고통을 느끼게 하는 뉴런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캡사이신 분자의 존재 여부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줄리어스 교수는 통증과 열에 반응하는 뉴런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로 수백만 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DNA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이 중에서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있다고 가정하고 하나하나 확인한 결과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유전자로부터 발현되는 단백질 TRPV1이 발견된 것이다. 후속 연구를 통해 TRPV1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43℃ 이상의 온도에서 열리는 이온 통로 단백질이고, 이온의 농도 차이가 전기신호를 만들어내어 중추신경계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어서 아르뎀 파타푸티안 연구팀은 기계적 자극이 전기 신호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찾아내기 위해 마이크로피펫이라는 실험기구로 세포를 찌를 때 전기 신호를 방출하는 세포를 준비했다. 이후 기계적 자극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72개의 유전자를 선별하여 하나씩 불활성화(=유전자 침묵, gene silencing)한 결과, 불활성화되었을 때 세포를 찔러도 전기 신호를 만들지 않는 유전자로부터 발현되는 기계적 민감성 이온 채널 Piezo1을 발견하였다. 추가적인 연구 결과, Piezo1과 이와 유사한 Piezo2는 세포막에 작용하는 기계적 힘으로 구조가 변형되어 이온 통로가 열리는 단백질임이 밝혀지며 압박감이 전기적 신호로 전환되는 원리가 규명되었다.
압박을 인지하는 PIEZO1,2의 작동 과정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5139

감각 수용체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이유

따뜻함을 인지하는 TRPV1을 비롯하여 열과 차가움을 인지하는 데에 사용되는 TRP Thermoreceptor Protein, 그리고 압박감과 같은 기계적 힘을 인지하는 Piezo 단백질은 인간이 주변 세계를 인지하는 과정을 풀어내는 열쇠가 되었다. 이러한 감각은 단순히 외부의 변화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신체 내부의 변화를 탐지하는 센서가 되기도 한다. 면역계가 활발하게 작동하여 외부 물질을 제거해내는 염증 반응이나 장기에서의 고통은, 분명 생명체가 잘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지표이지만, 많은 환자는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열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느끼는 체계가 완벽하게 풀린 지금, TRP에 작용하는 분자를 만들어낸다면 이는 환자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후속 연구로 진행될 수 있다. Piezo의 경우에는 압박감과 관련이 있는 만큼, 생명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압과 이뇨 작용, 호흡과 관련이 크다. 따라서, 부 환경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신약의 개발이나 항상성 유지의 주요한 기전들을 풀어내는 열쇠로써 이 연구들은 충분히 그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ALIMI 기 최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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