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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호] 나에게 공학도란

  • POSTECHIAN
  • 2022-05-13 07:00:30

2022 SPRING CREATIVE POSTECHIAN

나에게 공학도란
Important abilities for the engineering student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은 넓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몸으로 직접 체험한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니, 꼭 부딪혀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배움의 여정 끝에 당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기계공학과 17학번 유지호
안녕하세요! 저는 전자전기공학과 CoCEL Computing and Control Engineering Lab [링크]CoCEL연구실에서 LiDAR1를 공부하면서,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HYBO에서 일하고 있는 유지호입니다.
여러분은 좋은 공학자가 가져야 하는 소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대부분 과학과 기술에 관련된 내용일 것입니다. 저는 여기 한술 더 떠서,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성공한 공학자와 그렇지 못한 공학자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인 ‘시장’이 공학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대학에 막 입학한 저는 오직 과학과 기술에만 관심이 있는 소위 진성 공대생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조종기로 RC 비행기를 날리고 싶어 로봇 동아리Power-On[링크]Power-On 동아리 에 가입했고 밤낮으로 동아리방에 틀어박혀 정말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동아리 탐방 전시회를 위해 동아리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악기를 연주하는 로봇을 만들기도 하고 자작 조종기로 비행기를 날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로봇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발실력이 늘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게 되더군요. 하지만 개발자가 아닌 연구자를 꿈꾸고 있었기에 동아리 지도 교수님 연구실에서 2학년이라는 꽤 이른 시기에 연구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 참여를 하면서 세상을 수학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이용해 대상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고 그 상태를 추정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를 더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때 제 가치관과 인생을 바꾸는 일이 일어납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아리 선배들이 LiDAR를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인 HYBO [링크]HYBO 홈페이지를 창업했는데 일손이 필요하니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평소 창업엔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소위 ‘공돌이’였던 저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보단 연구에 더 적성이 맞는 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연구라고 물건을 파는 것과 관계가 없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DIY_RCTransmitter_v4

저는 이렇게 HYBO에 입사한 후 정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LiDAR 광학계를 비롯한 PCB, 케이스 조립에 필요한 장비를 설계 및 제작하는 일을 주로 수행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로봇을 만드는 업무만 한 것이 아니라 행정, 영업 업무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정부 및 기업 과제를 위한 과제 제안서를 쓰거나 투자를 위한 발표 자리에 가기도 하고, 여러 전시회에 참관하여 회사를 홍 보하거나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국내 행사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해외에도 몇 번 갔었는데,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링크]CES를 갔던 것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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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Customer Electric Show세계 최대 규모의 ICT 박람회로, 삼성, 구글 등 국내외 대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 기업도 참가해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등 영향력이 있는 전시회입니다. 마침 HYBO가 신제품 해외 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CES에 부스를 차리게 되었고, 제가 부스 관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모든 것이 엄청 크고 많았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지평선 넘어 보이는 돌마저도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저희가 있던 Eureka Park홀은 스타트업 기업만 모여 있는 전시관이었음에도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보다 더 컸고, 이러한 홀이 여러 개 더 있어 멀리 떨어진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선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제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HYBO가 만드는 LiDAR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사용되는 장거리 LiDAR와 다르게, 30m 이내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거리를 줄인 대신 FoVField of View2와 내구도를 높이면서 가격을 대폭 낮춘 LiDAR로, 로봇이나 안전 센서 분야를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 시장 조사를 하면서는 과연 로봇이나 안전 센서가 매력적인 시장일지 와닿지 않았는데, 전시회 기간 동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로보틱스나 보안 분야의 사람들이 왔고 심지어 지금 바로 구매가 가능한지 물어보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시장조사의 중요성과 시장이 원하는 건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제품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자원 공사 사장님과 삼성전자 사장님께서 저희 부스에 오셔서 제품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 좋은 반응을 해 주신 것도 나름의 성과라면 성과네요.

글을 쓰면서 지난 5년을 돌아보니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하는, 흔히 ‘멋진’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슈퍼카와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사람들은 이 두 자동차가 현대 공학 기술의 결정체라고 생각하지요. 이에 반해 이름부터 ‘국민 자동차’인 폭스 바겐은 그냥 자동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경영난 끝에 폭스바겐 그룹에 인수된 회사입니다.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자동차를 가장 효율적으로 잘 팔리도록 만드는 기술은, 서로 다른 기술이지 어떤 하나가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더 필요한 기술을 잘 적용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역할이지요. 그런 이유에서 저는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공학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겠지요.

제가 학부 과정 동안 배운 가장 큰 교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은 넓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몸으로 직접 체험한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니, 꼭 부딪혀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세요. 잘 찾아보면 학교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 사업이 꽤 많을뿐더러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배움의 여정 끝에 당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파이팅입니다!

ALIMI 기 POSTECH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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