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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겨울호] 수학으로 해결된 문제들

  • 김나림
  • 2022-03-25 07:00:07

2021 WINTER SCIENCE BLACK BOX

수학으로 해결된 문제들
Problems Solved by Math
수학은 일반적으로 엄밀한 논리에 근거해 추상적인 대상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또한 규칙을 발견하거나,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기도 합니다. 흔히 과학과 공학이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만일 수학이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과학의 발전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수학과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수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

2020년 노벨물리학상은 블랙홀의 예측 및 관측에 성공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특이한 점은 일생을 수학자로 살아왔던 로저 펜로즈 Roger Penrose가 블랙홀의 이론적 가능성을 입증하여 현대 이론물리학에 공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블랙홀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어도 그 본질까지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블랙홀은 확실한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론이 바로 ‘특이점 정리 Singularity Theorem’입니다.
그림 1. 로저 펜로즈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 어떤 물질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 영역입니다. 그리고 블랙홀의 밖에서는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어, 이를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이라고 부르곤 하죠.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에서 특이점은 바로 블랙홀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는, 시공간 경로를 따라가는 물질의 시간이 끊기는 현상을 마주하는 이상한 점을 말합니다. 그리고 ‘특이점 정리’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해로 제시되었던 슈바르츠실트 Schwarzschild 시공간에서 예측할 수 있는 특이점이 단지 수학적 허상이 아니고, 실제 천체 붕괴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펜로즈의 논증보다 훨씬 전인 1917년에도, 완벽한 구형 물체의 중력장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하면 블랙홀과 같은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가정은 존재하였습니다. 이 가정에 지나지 않던 개념을 펜로즈가 증명해 낸 것입니다. 그는 중력 붕괴에 의한 복잡한 수축 과정을 직접 다루지 않고도, 미래에 특이점이 없다고 할 때 생기는 위상수학적 모순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증명했다고 합니다. 그의 논문은 특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전제 조건이 명료하고, 증명 과정이 깔끔해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고 하네요. 이후에도 이런 위상수학적 방법론은 일반상대성이론 및 우주 구조의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2. 수학 모델로 해결된 생명과학 난제

생명 현상을 세포 내 화학 반응의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시스템 생물학에서는 파울리 Wolfgang Pauli가 개발한 확률 방정식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의 경우 플라스크에서처럼 균일하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정확하게 설명해 주지만 세포처럼 불균일한 환경에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이 세포는 영양 상태, 분열 주기, 크기에 따라 반응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정확한 모델이나 수학적 이론을 확립하는 것은 어렵다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특히나 마이크로 RNA가 단백질 생성을 통제하는 방식이 조건에 따라 다른 조절 메커니즘 Regulation Mechanism을 보인다는 것에 생물학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모델에 의한 결과는, 마이크로 RNA의 진행 조건이 무엇이든 간에 단백질 생성의 조절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 현상에 수학적으로 접근하여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수학적 모델로 문제를 해결한 또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초당 약 1.9m의 빠른 속도로 점프를 하는 벼룩의 운동 메커니즘인데요. 처음에 한 과학자는 벼룩이 점프를 할 때 체내의 탄성과 관련된 단백질인 레실린 Resilin으로 구성된 패드 Pad에 에너지를 저장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큰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하는지가 의문이었습니다. 그렇게 44년이 지난 뒤 케임브리지 대학의 맬컴 버로우 Malcolm Burrows 교수와 그레고리 서튼 Gregory Sutton 박사가 벼룩의 이동 궤적을 재현하는 수학적 모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그들은 수학적 모델을 얻기 위해 10마리의 벼룩으로 51번의 점프 영상을 찍었다고 합니다. 이런 여러 번의 도전 끝에 벼룩이 무릎으로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으로부터 힘을 전달받아 점프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벼룩의 경이로운 점프가 수학적 모델링으로 설명되다니, 놀랍지 않나요?

#3.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수학자, 존 내쉬

마지막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는 수학자 존 내쉬 John Nash 입니다. 존 내쉬는 조현병을 앓으며 대단한 업적을 쌓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게임 이론 Game Theory내쉬 균형 Nash Equilibrium’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게임 이론의 창안자인 폰 노이만의 한계를 뛰어넘은 논문 ‘n명 게임에서 평형점’으로, 그는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논문이 세상에 나오고 44년이 지나서야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림 2. 존 내쉬
게임 이론이란,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연구한 이론입니다. 이런 게임 이론의 핵심은 ‘합리적 공통지식’인데요. 이를 풀어 말하자면 모든 경기자가 게임의 보수와 규칙을 인지하고 있을 때, 경기자는 각각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이론의 핵심이 바로 ‘내쉬 균형’입니다. 이는 각자가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제일 나은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존 내쉬는 기존의 경제학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내쉬 균형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례가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입니다. 내쉬의 연구인 ‘죄수의 딜레마’는 경쟁보다 협력을 택할 때 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논문을 냈던 당시에 폰 노이만은 내쉬의 결과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학, 사회과학, 진화생물학에까지 적용되며 엄청난 영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44년이 지나고서야 그 연구의 가치를 인정받아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된 것이었죠. 요즘에는 세계 무역 협상, 국가 노동관계와 같은 경제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수학으로 해결된 문제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글에서 다룬 내용 말고도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이 쓰이는데요. 이처럼 현대에는 수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 분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면서 정말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내기도 한답니다. 여러분들도 각자가 원하는 분야에서 공부하며 다른 학문에도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멋진 과학자가 되길 바랄게요!

ALIMI 27기 무은재학부 김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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