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IAN 기사 보기

[2021 가을호] 집합에서 집단으로

  • POSTECHIAN
  • 2021-12-03 07:00:20

2021 AUTUMN 마르쿠스

집합에서 집단으로
From Set to Group

집합이란 무엇일까?

엄밀함을 요구하는 수학에서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은 개념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학생을 놀라게 한다. 그리고 집합은 그것 중 하나에 속해, 수학적으로 잘 정의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집합을 직관적으로 어떤 ‘대상들의 모임’이라 정의한다면, 우리는 이 정의된 집합을 가지고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군 또는 직역해서 집단이라 불리는 Group이다.
군이란, 보통 하나의 집합 $G$와 하나의 이항연산 $*$ 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항연산이란, $G$의 두 개의 순서쌍을 정의역으로 갖는 함수 $* : G $ x $ G → G$ 을 의미한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로 들린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항연산 +와 정수 집합을 떠올려보자.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1 + 1 = 2$임을 알고 있다. 이를 앞서 정의한 표현으로 바꾸어서 생각해 보면, 정수의 순서쌍 $(1, 1)$을 $+$라는 함수가 정수 $2$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집합을 집단으로 만들어주는 조금 특별한 세 가지 규칙을 만나보자!

Definition 1. 군 <G, *> 은 이항연산으로 닫혀 있는 집합으로 아래 세 공리를 만족한다.
1. 결합법칙: 모든 $a, b, c ∈ G$에 대해서, $(a * b) * c = a * (b * c)$.
2. 항등원: 집합 $G$에 모든 $x$에 대해서 다음을 만족하는 원소 $e$가 존재한다.
$e * x = x * e = e$
3. 역원: 각각의 $a ∈ G$에 대해서 다음을 만족하는 원소 $a′$이 존재한다.
$a * a′= a′* a = e$

백문이 불여일견으로 다시 한번 정수 집합과 이항연산 $+$를 통해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x + 1 = 2$
양변에 $-1$을 더해서 $(x + 1) + (-1) = 2 + (-1)$
결합법칙에 의해서 $x + (1 + (-1)) = 2 + (-1)$
역원의 관계에 의해서 $x + 0 = 2 + (-1)$
항등원에 의해서 $x = 2 + (-1)$
정의된 이항연산에 의해서 $x = 1$
위에서 사용한 식들은 모두 동치 관계이므로 $x$의 해는 $1$이다.

$x + 1 = 2$라는 방정식을 위와 같은 과정으로 풀 수 있었던 이유는 군에서 정의된 세 공리 덕분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정수 집합과 덧셈 연산은 군을 이룬다. 아마 군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해당 개념이 많이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대체 왜 군을 저렇게 정의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여기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군이란 우리가 직관적으로 잘 알고 있는 많은 수학적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성질을 표현한 것이다. 이제부터 군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놀라운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기서부터 글의 내용이 상당히 어려워지지만, 끝까지 읽게 된다면 군에 대한 아름다움과 수학의 놀라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확률과 통계를 들은 학생이라면, 아래의 문제에 대해서 한 번쯤 풀어봤을지도 모르겠다.

Example 1. 정삼각형의 각 변에 4가지의 서로 다른 색깔을 중복해서 칠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구별 가능하게’ 정삼각형을 칠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몇 가지인가? (구별 가능하다는 의미는 정삼각형을 부수지 않고 회전이동 또는 대칭이동을 했을 때, 같은 색깔 배치를 갖지 않는 경우의 수를 묻는 것이다.)

Theorem 1. $G$는 유한개의 원소를 가지고 있는 군이고, 집합 $X$는 $G$의 원소인 대칭 또는 회전이동으로 움직여지는 대상일 때, $G$에 대해서 $X$의 orbit 개수
$r$은 다음과 같은 식을 따른다.

위의 문제를 조합과 순열만을 사용해서도 풀 수 있지만, 군을 이용해 증명된 위의 정리를 통해 더욱더 쉽게 풀 수 있다. 이제부터 해당 정리를 설명하면서 제시한 문제를 풀어보겠다. 군은 반드시 수 같은 대상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회전이동과 대칭이동에 대해서도 군을 가질 수 있고 그러한 군이 바로
3rd dihedral group $D_3$군이다.


Fig.1에 나와 있는 정삼각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정삼각형을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뒤집어도 보고, 회전도 시켰을 때, 각 변의 위치는 달라져도 처음 모양 그대로 나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움직임들을 모아둔 것이 군이다. 가장 쉽게 떠오를 수 있는 움직임은 $120°$의 정수배로 회전시키는 것과 한 축을 기준으로 대칭이동시키는 것이다.

orbit에 대한 필자의 설명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2021 가을호 마르쿠스 영상


$D_3$군은 위에 나열된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ρ_1$원소가 의미하는 것은 변1을 변2로 보내고, 변2를 변3으로 보내고, 변3을 변1로 보내는 이동이며, 이는 반시계 방향으로 $120°$ 회전시키는 회전이동을 나타낸다. 반면 $μ_1$의 경우, 변1의 수직이등분선을 기준으로 대칭이동시킨다. 따라서 $ρ_0$, $ρ_1$, $ρ_2$ 각각 반시계 방향으로 $0°$, $120°$, $240°$ 회전이동시키며, $μ_1$, $μ_2$, $μ_3$는 변1, 2, 3의 수직이등분선을 기준으로 대칭이동시킨다. 그리고 $D_3$군은 합성 함수로 이항연산을 갖는다. 즉, $ρ_1 ∘ μ_1$이 의미하는 바는 정삼각형에 $μ_1$에 해당하는 이동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ρ_1$의 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결과는 변3의 수직이등분선을 기준으로 대칭이동한 것과 같으므로 3이다. 따라서 $ρ_1 ∘ μ_1 = μ_3$.

Example 1로 돌아가, 문제에 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 이 문제의 핵심은 각 변에 색깔이 칠해진 한 정삼각형이 회전이동과 대칭이동을 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다른 색깔 조합을 나타낼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Fig.1에 왼쪽 삼각형과 오른쪽 삼각형은 분명 다른 색깔 조합을 나타낸다. 하지만, 우리는 왼쪽 삼각형만을 가지고, 대칭이동인 $μ_1$을 통해서 오른쪽 삼각형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왼쪽 삼각형만을 가지고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색깔 조합을 찾아 그들을 전부 하나의 집합(= orbit)으로 묶어서 1개라고 센다면, 더 이상 왼쪽 삼각형과 겹치는 색깔 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orbit의 개수를 세는 것이 이 문제의 답이 되고 이를 위해 Theorem 1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Theorem 1에서 설명하지 않은 용어가 집합 $X$와 $X_g$이다. 집합 $X$는 구별 가능한 것에 상관없이 정삼각형에 칠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4^3$을 모아둔 것이다. 그리고 $X_g = ${$x∈X | gx = x$}, $x$라는 색깔 조합에 $g$라는 대칭이동 또는 회전이동을 할 때, 여전히 $x$의 색깔 조합이 나오는 원소를 모아둔 집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Xρ_0$은 $0°$ 회전이므로 집합 $X$ 전체가 된다. 그러면 우리는 쉽게 $| Xρ_0| = 64$, $| Xρ_1| = | Xρ_2| = 4$, $| Xμ_1| = | Xμ_2| = | Xμ_3| = 16$ 임을 알 수 있고, 따라서 Theorem 1의 식 좌변은 120이다. $| G | = | D_3| = 6 (ρ_0, ρ_1, ρ_2, μ_1, μ_2, μ_3)$이므로 $r = 20$이다. Orbit의 개수가 20이란 뜻은 구별 가능한 색깔 조합이 20가지란 의미이며 이것이 Example 1의 답이 된다.

“집합에서 집단으로”

집합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대수적 대상이지만, 세 가지의 특별한 규칙이 더해져 집단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수학의 또 하나의 문을 열게 된다. 그 문 너머에는 순열과 조합을 지나 수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수학자들의 집념이 담겨 있다. 그리고 “집단에서 집념으로” 수학은 이어져 있다.

이번 호 MARCUS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다음 문제를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Problem 1. 가로 2cm, 세로와 높이는 1cm인 직육면체가 있다고 했을 때, 6가지 색깔을 최대 한 번씩만 사용해서 직육면체의 각 면을 색칠할 때, 구별 가능하게 색칠하는 경우의 수는 총 몇 가지인가?

Problem 2. 위에 문제에서 만일 6가지 색깔을 중복해서 여러 면에 색칠할 수 있다면, 구별 가능하게 색칠하는 경우의 수는 총 몇 가지인가?
(가능하다면 Theorem 1을 사용하고, 다른 방법으로 풀어도 상관없음)


이번 호 문제는 2021년 11월 30일(화)까지 알리미 E-MAIL(postech-alimi@postech.ac.kr)로 풀이와 함께 답안을 보내주세요.
정답자가 많을 경우 간결하고 훌륭한 답안을 보내 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하여 포스텍의 기념품을 보내 드립니다.
(학교/학년을 꼭 적어 주세요.)

공유하기
목록